[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흥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정작 2023년도 예산안에서 OTT 사업예산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OTT 관계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2023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미디어·콘텐츠 관련 사업예산은 3개 부처를 합해 4736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OTT 관련 사업예산은 521억5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총 18.8조원을 확정지은 가운데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경쟁력 강화’ 이름으로 전년보다 4.1% 증액된 2795억원을 책정했다. 이 중 ‘OTT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국내 OTT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예산은 64억원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16억원 증액되는 데 그쳤다.
방통위는 전체 예산안 2555억원 가운데 ‘방송통신 콘텐츠 진흥’ 사업 예산으로 713억원을 배정했지만, 이 중에서도 직접적으로 OTT 이름을 달고 책정된 지원 예산은 ‘해외 OTT 시장 조사 및 국제 포럼’을 위한 예산인 3.5억원에 불과했다.
문체부는 총 6조7076억원의 예산안에서 ‘방송영상콘텐츠산업 육성’ 예산으로 전년보다 767억원 증액한 1228억원을 책정했으나, 마찬가지로 OTT 지원 예산은 ‘OTT 특화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454억원이 다였다. 그나마 전년보다 338억원이 증액된 결과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실현하겠다며 ‘OTT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당시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OTT 글로벌 진출 전진기지 구축, 민·관 합동 K-OTT 펀드 조성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미디어·콘텐츠 컨트롤타워 설치 등을 각각 과제로 올렸다.
그럼에도 실제 OTT 진흥을 위해 수혈해야 하는 집행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특히 국내 OTT 산업은 단순히 내수 시장 보호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OTT 시장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해외 거대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의 연간 콘텐츠 투자 규모는 수백억달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 중에 OTT 관련 예산의 대부분은 기존 방송콘텐츠 제작사 지원 예산을 일부 확대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 해외의 글로벌 OTT 플랫폼과 경쟁하고 있는 K-OTT를 지원해주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정책 방안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내 OTT 입장에선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마저 장악하고 있다는 게 큰 한계이고 장벽인데, 이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해외 진출”이라며 “지금처럼 국내 OTT 업체들의 재정적 역량이 열악한 상황에선 대통령실에서 주도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