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IRA는 전기차 공급망을 미국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주최한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IRA 관련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산업부의 무능한 외교가 국가 경쟁력과 경제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김 의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IRA 초안이 공개되면서 국내 전기차 업계에 피해 우려가 확산했다. 산업부는 이번 국감에서 IRA에 대해 8월 초 인지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빠지면서 전망이 현실화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일본이나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와 비교하면 인지 시점, 대응 강도 등이 앞섰다”며 “통상당국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강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야당과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LG사이언스파크 방문 당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정부 차원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못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도 비판에 동조했다. 그는 “IRA 초안이 공개된 시점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약 3주 동안 산업부의 미국 외교 대응은 한 건도 없었다”면서 “이 장관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을 찾았을 때 휴가를 보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유럽판 IRA’인 유럽핵심원자재법(RMA)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IRA가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내 채굴·가공된 광물 비율을 충족해야 하는 것처럼 RMA도 리튬과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의 중국 비중을 줄이고 현지 및 동맹국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RMA 제정을 공식화했다.
홍 의원은 “산업부에 RMA 대응책을 물었더니 법안 초안 공개 이후에야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면서 “산업부 IRA에 적기 대응 못한 이유를 보여주는 대답”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부의 한발 늦은 IRA 대응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곤혹을 치르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유럽 RMA 마저 법안이 공개된 다음에야 대응하겠다는 것은 소극적인 자세”라며 “우리나라 입장이 초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질타했다.
이 장관은 관련 내용에 대해 “유럽 통상조직이나 외교조직에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