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가 창작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플랫폼 업계와 커머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대세론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크리에이터가 가진 브랜드 경쟁력은 한계가 있다며 회의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전세계 주요 기업들은 여전히 크리에이터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많은 플랫폼이 이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데일리>는 산학계 관계자와 크리에이터에게 이들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편집자 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릴레이 인터뷰①]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 콘텐츠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플랫폼 가치 독점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010년 이후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콘텐츠 산업 매출이 위축됐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콘텐츠 자체를 구매하는 대신, 플랫폼과 디바이스 같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곳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플랫폼 서비스나 디바이스가 전부 흡수한다는 건 그만큼 창작자 수익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크리에이터가 창작물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주체임에도 당사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아이러니한 수익 구조는 콘텐츠 시장 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물론 소위 말하는 ‘대박’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런 승자 독식 콘텐츠는 일부 유명한 크리에이터에게만 허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콘텐츠 산업계는 기울어진 콘텐츠 수익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한편,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다양한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김영재 교수는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실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공고한 플랫폼 지배 구조를 무너뜨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인해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 교수는 “누군가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플랫폼 수익 배분에 의지하지 않고도 크리에이터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정의하기도 한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미 확립된 크리에이터와 팬 사이 연결 관계에 집중해 부가가치를 일으키는 시스템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생겨난 배경”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영재 교수<사진>와 일문일답.
Q. 크리에이터 수익 창출을 본격적으로 돕기 위해 다양한 보상 체계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창작자 경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디지털 전환으로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고 많은 산업과 긴밀한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전체 콘텐츠 시장이 충성 고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 세분화에 따라 일반적인 ‘콘텐츠-대중’보다는 ‘크리에이터- 팬’의 연결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핵심 고객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된 것이다. 그 결과,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를 영입하기 위한 보상체계를 강화하게 됐다. 플랫폼에서 더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데 팬덤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매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Q.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대중화되는데 기여한 부분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대중화에 기여한 요소는 크리에이터와 팬을 연결하는 플랫폼 확산, 생산 및 물류 시스템 발전, 자금 유입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유튜브와 틱톡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영국의 구독형 동영상 플랫폼 온리팬스 등 크리에이터와 팬을 이어주는 전 세계 플랫폼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두번째로, 크리에이터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제조자 개발 생산(ODM)과 물류 대행 서비스(딜리버드) 같은 물류 서비스가 발전했다. 마지막으로 자금 유입 활성화가 있다. 틱톡, 인스타/페이스북, 유튜브 쇼츠 펀드 등 크리에이터 유치를 위한 플랫폼의 크리에이터 펀드가 생겼다. 일례로, 크리에이터와 팬의 연결 장치로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등에 투자자금을 유입한 기업도 존재한다. Q. 소비자는 왜 크리에이터 창작물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보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화된 음악시장에서 여전히 뮤직 온 바이닐(Music on Vinyl) 시장이 성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중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스트리밍 시장으로 이동하지만, 특정 아티스트 팬들은 CD플레이어나 턴테이블이 없어도 CD와 레코드판을 구매한다. 팬들은 이러한 콘텐츠 소비를 매개체로 한 크리에이터와의 연결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팬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Q.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실제로 크리에이터가 선보이는 콘텐츠의 질도 향상됐다고 평가하나?
▲콘텐츠 질은 곧 크리에이터 팬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서비스 확산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수익 증대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콘텐츠 품질 향상, 즉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는 데 큰 동기 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Q.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문화 콘텐츠,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과거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콘텐츠 생산자가 만들어내는 콘텐츠 가치를 플랫폼이 독점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고, 승자독식이 아니라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창작에 참여하는 생태계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하자 이런 창작자와 플랫폼 간 불평등한 수익 구조 문제도 점차 해결되기 시작했다. Q. 반대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가지는 한계나 직면하기 쉬운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
▲크리에이터 브랜드의 경쟁력 확보 문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이 필요한데, 다양한 산업에서 지속성과 수익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적 접근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업계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에 대한 판매가 일회성에 그친다는 문제 제기도 한다. 팬덤 관리 시스템이나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 시스템이 미흡할 경우, 크리에이터와 팬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크리에이터 브랜드 자체인 휴먼 지식재산(IP)을 얼마나 강력하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꾸준한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Q. 크리에이터 중심의 시장이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라고 보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련 시장의 전망과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디지털 경제 중심이 다양한 취향을 가진 핵심 충성고객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소비자 취향이 ‘개인화 경험’으로 이동하는 것은 커다란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나만의, 나만을 위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 다만 크리에이터가 소비자가 원하는 개인화 경험을 얼마나 ‘오래 잘’ 지속시킬 수 있을까가 과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세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겠으나, 나름의 영역을 확보할 것은 분명하다. “1000명의 열성팬만 있으면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다(It only takes 1000 true fans to make a living)”는 말이 있듯,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콘텐츠 산업을 지탱하는 동시에 구체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