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국내 음원 플랫폼들 사이에서 앱에서 구매 가능한 음원(MP3) 다운로드 상품이 사라지고 있다. 플로(FLO), 네이버 바이브(VIBE)에 이어 NHN벅스가 최근 앱 내 음원 다운로드 상품을 없앴다. 음악 소비 형태 변화뿐 아니라 구글 인앱결제(앱 내 결제) 수수료 부담은 이러한 추세에 불을 지폈다.
27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NHN벅스는 구글 인앱결제 정책에 따라 벅스 안드로이드 앱 이용권에서 곡 다운로드 구매 선택지를 제거했다. 더 이상 앱 내에서 다운로드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뜻이다.
NHN벅스는 지난 20일 공지사항을 통해 “신규상품을 인앱 구매할 때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가 포함되는 점 이용에 참고 바란다”며 “할인된 프로모션 이용권과 30일 이용권, 곡 다운로드 구매는 PC와 모바일 웹에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음원 서비스 사업자가 구글 인앱결제 적용으로 인해 결제 수단과 상품, 금액 등을 바꾸는 이유는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실제 음원업계 다운로드 상품 정산 구조상, 구글 인앱결제 정산 방식에 따라 최대 30% 수수료가 부과될 경우 사업자 마진은 0%가 된다. 해당 결과는 곡당 단가 정산보다 널리 쓰이는 요율 정산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
요율 정산 공식은 ‘(이용권) 매출액 X 저작권 11%+실연권 6.5%+인접권 52.5% X 곡 이용 횟수/전체 이용 횟수’다. 이 계산을 기준으로 각 음원 권리를 신탁 관리하는 협회들에 대한 정산 비율인 70%(저작권 11%+실연권 6.5%+인접권 52.5%=70%)와 구글 인앱결제 최고 수수료인 30%를 합치면 사업자가 전체 매출액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율은 100%가 된다.
결국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아 상품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재 바이브와 플로도 무제한 스트리밍과 오프라인 재생(DRM) 이용권이 앱에서 고를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다. 국내 5대 음원 플랫폼 중에 지니뮤직과 멜론을 제외한 3곳이 앱 내 혹은 앱과 PC 모두 음원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바이브의 경우 NHN벅스와 동일하게 곡 구매는 PC 또는 모바일 웹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바이브 관계자는 “바이브가 지향하는 방향은 스트리밍이었기에 MP3 구매는 처음부터 계획 자체가 없었다”면서도 “네이버뮤직이 음원 다운로드를 제공해온 터라 이에 대한 이용자 요청이 많아 PC와 모바일 웹에서 음원을 살 수 있도록 추후 기능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플로 역시 2018년 12월 서비스를 출시 때부터 음원 다운로드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플로 관계자는 “출범 당시 이용자들이 음원 다운보다는 스트리밍을 훨씬 많이 사용하는 쪽으로 소비 행태가 변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다운로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상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음원 스트리밍 시장과 비교해 음원 다운로드 시장은 점점 규모가 축소하는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음원 스트리밍 이용자는 2019년 63.5%, 2020년 63.2%, 2021년 63.2%로 비슷한 추이를 보인 것과 달리, 음원 다운로드 이용 감소는 해마다 크게 줄었다. 2019년 38.6%였던 이용자는 2021년 28.4%로 감소했고, 코로나19 이후 다운로드 유료 이용을 줄였다고 답한 이용자는 17.6%에 달했다.
달라진 징수규정도 음원 다운로드 수요 감소에 일조했다. 2018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는 4개 신탁관리단체(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의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는 음악 창작자 저작권 수익분배 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30곡(곡당 원가 700원) 이상 다운로드 묶음 상품별 50~65%까지 적용하던 할인율은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낮춘 뒤 2021년 폐지됐다.
결과적으로 앱 내 음원 다운로드 상품은 ▲음원 구매보다 스트리밍을 선호하는 이용자들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에 따른 다운로드 묶음 상품 할인율 축소 및 폐지 등으로 인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다운로드 사용자는 아티스트‧아이돌 팬덤 또는 음악을 깊게 즐기는 진성 이용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 인앱결제 정책으로 사업자 부담까지 커진 만큼, 음원업계는 시장에서 다운로드 상품이 더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