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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이게 설명회인가요? 배경지식 좀 공부하시지.”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 공청회 기사에 달린 한 누리꾼의 댓글입니다. 여야 대치 정국 속에 겨우 열린 공청회이건만, 정작 현장에선 기본적으로 망 무임승차가 무엇이며 왜 문제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의원들의 초보적인 질문으로 시간을 다 보내버렸기 때문입니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때 계약 또는 대가지급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 법안입니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에 말 그대로 ‘망 무임승차’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국회에 계류된 7건의 망무임승차방지법들에 대해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때가 지난 2020년 12월(전혜숙 의원안)이고 벌써 2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또 여야 불문 관심이 많은 법안이었기 때문에 당초 공청회에선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죠.
하지만 공청회는 시작부터 반쪽짜리로 진행됐습니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떴기 때문이죠. 그동안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독단적 상임위 운영을 문제 삼아온 여당이 이 공청회에 참여하리라고 기대되지는 않았지만요. 박성중 과방위 여당 간사는 “공청회를 한번 더 열자”며 다음 자리를 기약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청회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도 ‘준비 부족’이긴 매한가지였습니다. 참석한 의원들은 망 무임승차와 관련된 개념이 전혀 정립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접속료와 전송료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문부터 기업의 영업비밀인 “단가를 공개해라” 등 이해할 수 없는 질의와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의 핵심은 다른 국내외 CP들이 이미 지불 중인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일부 CP들의 무임승차를 방지하자는 데 있고, 이는 여야 의원들이 모두 공감해온 바였습니다. 오히려 이번 공청회에선 사전규제와 사후규제의 적합성, 그리고 규제기관의 실태조사 권한 등 법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대안 등 논의가 이뤄졌어야 합니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거대 CP들이 창작자와 스타트업을 앞세워 망무임승차방지법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원들의 몰이해 때문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 CP와 개별 창작자들이 전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의원들이 망을 둘러싼 인터넷 생태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다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방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이 공청회는 열리기 나흘 전에야 진술인들이 확정됐고 이들의 진술서도 공청회 하루 전날 제출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준비 부족이 반드시 이 이유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보여집니다.
다행인 점은 국회가 그래도 망무임승차방지법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가져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26일) 박완주 의원실이 준비한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위한 연속 정책토론회: 망 이용대가 제도 문제 없나’가 열립니다. 부디 공청회와 다른 의원들의 진지한 열의와 심도 있는 논의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