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불분명한 자금이 34억달러(4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금액 상당액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지난 6월말 거액 이상 해외 송금 사실을 보고 받고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각각 13억1000만달러(1조7000억원), 20억6000만달러(2조7000억원) 등 총 33억7000만달러(4조4900억원) 문제 거래를 찾아냈다.
이후 추가 검사에서 2000만달러(260억원)를 추가로 적발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만 이상 해외 송금액이 33억9000만달러(4조5200억원)으로 액수가 늘었다.
다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율 점검을 통한 추가액은 이달 초까지 제출했던 모든 은행의 의심 거래 액수 31억5000만달러(4조1000억원)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 이상 해외 송금 총액은 65억4000만달러(8조5000억원)로 변동은 없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가상자산 관련 송금 거래와 신설·영세업체 대규모 송금 거래 등에 해당하는 20억달러(2조6600억원) 규모 거래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고할 것으로 지시한 바 있다.
적발된 해외 송금 거래는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
국내 은행의 이상 해외 송금 총액은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 점검을 통해 거액 이상 해외 송금을 보고한 하나은행, NH농협은행,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가 지난 22일부터 이뤄지고 있는 데다 하나은행의 경우 기존에 하던 수시 검사에서 이 사안까지 추가돼 적발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IBK기업은행과 지방은행에 대해서도 서면 검사에 나서면서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금감원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돼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림 차익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상 해외 송금과 관련해 자금 세탁 또는 대북 송금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각 은행들에 대한 검사 자료 등을 검찰 등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은 테라에 이어 다시 불법자금 거래 세탁처로 이름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업계 부담요소라고 여기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가상자산시장이 다시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자금 세탁처로 활용된다는 논란 자체가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상자산거래소 한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최근 테라와 루나 사태로 검찰 압수수색이 있던 직후라 이전에 비해 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닥사(DAXA)를 통해 거래소끼리 여러 사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번 불법 거래자금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부분이 크게 없다"라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파장이 길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련법 규정 마련에 속도르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과 거래소 간 자금 원천을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다. 양측 간 핫라인을 설치해 실시간 지급 정지 조치를 만드는 등 구체적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직까지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구체적 의심 계좌 관련 자금 추적 등 공문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의심 계과 등 구체적 내역을 받아야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하지 않고, 개인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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