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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인가, 무식한 건가… 생각보다 심각한 ‘디지털 문맹’ [디지털 & 라이프]

[디지털데일리 신제인기자]
뜬금없이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때문에 인터넷이 시끌 벅적하다.

아마 트위터에 사과 공지문을 올린 당사자는 이렇게 논란이 커질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가 트위터를 통해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과문을 올렸다.

여기서 말하는 ‘심심한’이란 말은 한자어 '심심(甚深)'을 뜻한다. 즉, ‘매우 깊게’ 사과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순히 한글, 즉 우리말의 ‘심심하다’ (지루함 또는 별 흥미없는)로 인식한 일부가 이를 정색하고 달려들면서 문해력 논란이 커졌다.

한글은 100% 정확하게 읽어 내려가도 그 의미를 모른다면 사실상 '문맹'이다. OECD에 따르면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다소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문해력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아직 우리 나라가 한자 문화권의 영향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 상할까봐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따져 묻지 않을 뿐, 카톡이나 SNS 등 실생활의 소통 과정에서 문해력 논란은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단순한 오탈자인지, 아니면 장난인지, 또는 정말로 무식의 결과인지 알 수 없는 글에 내심 불편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 두번쯤은 있다.

물론 더 놀라운 것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 안타깝게 생각했던 상대방의 글과 문장이 오히려 정확한 것이고, 정작 본인의 지식이 틀린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함부로 지적질(?)을 하기도 조심 스럽다.

한 유튜브 설문조사에서는 이성의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주요 원인중 하나가 ‘부정확한 어휘력’ 또는 단어 사용이 꼽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카톡이나 SNS,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소통중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문맹'과 관련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예를들면 '초대 대통령 이승만' 이란 표현에서 '초대'(初代)를 말 그대로 '초청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이승만이 단순히 초청을 받아 대통령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례도 있다. 참고로,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7월 제헌 국회에서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됐다.

심지어 '맥아더 원수'라는 표현에서 왜 6.25때 한국을 도와준 맥아더 장군을 원수 취급하느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이처럼 한자의 의미와 순수한 한글의 의미가 중첩돼 중의적으로 표현되는 어휘들로 발생한 혼란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칭찬이지만 속은 비꼬는 역설적인 내용이거나 반어적 내용들 처럼, 좀 더 수준이 올라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 이를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과 액면 그대로 이해하는 사람간의 오해가 생기기에 충분하다.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그대의 귀신 같은 책략은 천지가 통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대가 이겼으니 이만 만족하고 돌아가라)

612년, 수나라가 대군을 이끌고 침입했을때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의 총사령관 우중문에 던져 준 시다.

30만 대군을 살수에서 몰살시킨 을지문덕 장군은 적장 우중문에게 겉으로는 '당신이 이겼다'고 추켜세워주지만 사실은 대놓고 비꼬는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성을 보면, 초중고 시절에 한자를 배웠던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가 혼재돼 있다. 이로인해 발생한 디지털 문맹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가 및 사회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과거에 비해 많이 한글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법적인 계약 문서, 법률용어 등은 한자의 의미를 모르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같은 디지털 문맹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할만한 별다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텍스트보다는 영상에 보다 익숙한 시대로 넘어왔고, 개인들이 자발적인 노력만으로 문해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나치게 입시 위주로만 '국어'를 다뤄왔을뿐 국민의 보편적인 소양 과제로 인식하지 못한 우리 교육 정책의 문제부터 심각하게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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