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의 본질을 새롭게 탐구하고 지속 가능한 건강한 방송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18일 도준호 한국방송학회 회장은 “지금으로부터 5년 후면 이 땅에 방송신호가 송출된 지 100년이 된다. 방송을 둘러싼 미디어환경은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방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던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선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방송문화 100년: 역사적 의미와 기념에 대한 논의’ 세미나가 열렸다.
학회는 앞서 한국방송의 70년과 90주년을 각각 기념해 두차례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1997년에는 일제강점기의 방송을 한국방송사에 포함시킬 지 여부를, 2021년에는 한국 방송의 여러 기원 등이 검토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설아 홍익대 교수, 김유정 MBC 전문연구위원, 김용희 동국대 교수, 백미숙 서울대 교수, 유건식 KBS 소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앞으로 한국 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도준호 한국방송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과거 방송의 본질은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실시간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90년 중반 이후 다채널·다매체 시대가 열리며 방송 본질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50%가 넘는 시청률은 전설이 됐고, 본방송을 사수하는 시청층은 줄어들고 연령층은 고령화되고 있다”며 방송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날 세미나에선 과거 한국 방송 연구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또 한국 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넘어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미숙 서울대 교수는 아카이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국인이 한류의 원산지를 찾아왔을 때 보여줄게 무엇이냐. 오늘날의 한류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역사 속에서 다 찾을 수 있다. 아카이브 사업이 그 내용을 채워줄 것이다. 프로그램 생산·내용·수용의 역사를 아카이빙 하는 작업이 지금부터 이뤄져야 미디어역사박물관을 채울 수 있고 그걸 통해 한국방송 100년의 역사도 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지금의 이러한 논의들이 사업자들에겐 사치스러운 논의일 수 있겠다”라며 “OTT 등장과 함께 사업자들의 가장 큰 화두는 ‘생존’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방송사들이 점차 사라지고 전통적인 방송사업의 구조가 붕괴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것 같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지금의 틀로 논의를 지속하는 게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세미나에선 방송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깊게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생존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볼 필요가 있겠다”라며 “또 지상파 중심이 아닌 유료방송을 포함하는 등 행사를 폭넓게 개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방송의 출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도 이야기 됐다. 한국 방송은 오는 2027년 10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현재는 경성방송국이 설립된 1927년을 기점으로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경성방송국이 식민지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점에서, 한국 방송 역사의 기원을 경성방송국으로부터 계산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방송학자 및 방송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방송 100주년 관련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다수는 경성방송국 개국을 우리나라 방송의 역사적 출발점으로 기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경성방송국 개국이 한반도에서 방송문화가 도입 및 수용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봤다. 다만 기념의 대상이기보단 평가 또는 고찰의 대상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유건식 KBS 소장은 “방송 100년의 역사를 1927년으로부터 카운팅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다. 이에 방송 100년이 아닌 방송문화 100년으로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이런 논란은 이번 세미나를 끝으로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87년 KBS가 한국방송의 60년사를 쓸 때 이런 표현이 있다. 우리 방송의 탄생은 일제에 의한 1927년부터가 아닌 광복 이후로 봐야 옳다는 주장에 대해 역사는 단절될 수 없다는 불변의 원칙에서 볼 때 수긍할 수 없다고 적혔다. 70년사에도 마찬가지”며 “그 당시에도 엄청난 고민을 통해 1927년으로 기점을 셋팅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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