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하늘길을 나는 도심항공교통(UAM)이 통신사들의 또 다른 격전지가 됐다. 서울과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중앙 정부가 추진하는 UAM 상용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
◆ 통신3사, UAM 선점 경쟁 가속화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한국형 UAM(K-UAM) 실증 사업 ‘그랜드챌린지’에는 통신3사를 포함한 6개 컨소시엄, 총 61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UAM은 전기로 구동하는 비행체 기반의 항공 이동 서비스다. 도심에서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다양한 육상 교통수단과 연계하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기대된다.
K-UAM 로드맵에 따르면, 2023년 61억달러(약 8조원) 규모인 글로벌 UAM 시장 규모는 상용화 시점인 2025년 109억달러에서 2040년 6090억달러(약 80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UAM 시장도 2040년 13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전세계 UAM 시장이 2040년 1조달러(약 131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통신사들도 UAM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 UAM 사업 추진 TF를 발족했으며, KT도 지난해 AI·DX융합사업부문 내 UAM 사업 등을 총괄하는 ‘AI 모빌리티 사업단’을 신설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부산시와 부산 UAM 상용화 및 생태계 육성 업무협약을 맺고 실증에 나섰다.
이들은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국토교통부 K-UAM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SK텔레콤은 한국공항공사 및 한화시스템 등과, KT는 현대자동차 및 대한항공 등과,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GS칼텍스·제주항공 등과 손을 잡았다. 모두 UA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야를 막론하고 협업 태세에 나섰다.
◆ 5G·6G 통신부터 관제·플랫폼까지
실제 UAM에서는 네트워크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통신사 역할이 적지 않다. UAM 비행을 하려면 상공의 통신망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UAM 운항 고도인 300~600m 상공에서는 5G 통신망이 필수적이며, 추후 상공 10㎞까지 통신이 이뤄져야 할 때를 대비해 6G 통신도 촘촘하게 구축돼야 한다.
다만 아직은 5G를 기반으로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 4일 실증사업 주관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함께 5G 상공망 구축을 진행하며, 지난 7월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시험장 인근에서 관련 시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도 5G 상공망 인프라를 시범 구축한 상태다.
KT는 5G와 위성 하이브리드 통신을 차별화 무기로 내세웠다. 상공망에 5G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커버리지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위성을 활용해 비상 상황 대응이 가능한 촘촘한 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을 적용해 기체 내 5G 기반 승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활용한다.
또한 UAM 상용화는 관제시스템이 중요한데, 사람이 탑승하는 만큼 UAM의 실시간 정보 송신은 필수적이다. 이 역시 통신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항공교통관제의 경우 그동안 국가가 전담해왔는데, 정부가 UAM 교통관리서비스(UATM) 구축에 민간 참여를 독려하면서 통신업계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UAM 운용에 있어 이른바 서비스형모빌리티(MaaS, Mobility as a Service)도 필요하다. UAM 탑승 예약, 신분 확인 등 수속 절차, 육상 교통수단과 환승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미 통신사들은 자체 예약 플랫폼과 신분 인증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