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 이어 음극재 사업에 속도를 낸다. 생산능력(캐파)을 늘리면서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2023년 실리콘 음극재 생산라인을 완공할 계획이다.
음극재는 배터리 수명과 충전 시간을 좌우한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15% 내외를 차지한다. 원료에 따라 흑연계와 실리콘계로 나뉜다. 흑연은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고 실리콘은 에너지밀도가 높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2010년 LS엠트론으로부터 음극재 사업조직 카보닉스를 인수하면서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실상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부문을 키워나가며 국산화율을 높여왔다. 중국이 전 세계 70~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음극재 내재화는 필수이기도 했다.
음극재 중 실리콘계는 내구성과 부피 팽창 이슈로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흑연에 실리콘을 첨가하는 식으로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실리콘 함량이 높을수록 전기차 주행거리, 충전 속도 성능이 좋아진다. 현재 활용되는 제품은 5% 내외 수준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준비 중인 소재는 실리콘 산화물(SiOx), 실리콘 탄소 복합(Si-C) 등으로 전해진다. 실리콘 음극재 함량, 일정 등은 미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고객사와 논의를 통해 양산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용 시설이 마련되는 내년부터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흑연계도 포스코케미칼 투자 대상이다. 흑연 음극재는 다시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으로 구분된다. 인조가 천연 대비 내부 구조가 균일하다.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에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1단계로 연산 8000톤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오는 2023년 종합 준공되면 연산 1만6000톤 규모로 조성된다. 해외 증설도 검토 중이다.
회사는 천연과 인조 강점을 살린 저팽창 음극재도 자체 개발했다. 천연흑연 구조를 판상형에서 등방형으로 개선해 기존 제품 대비 팽창률을 25% 낮추고 급속충전 성능은 15%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인조흑연 대비 제조원가를 떨어뜨리면서 공정 발생 탄소배출량을 저감하기도 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2월 1054억원을 투입해 저팽창 음극재 캐파를 연간 7000톤에서 3만5000톤으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세종에 건설 중인 천연흑연 음극재 공장을 저팽창 음극재용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양산 돌입이다.
현재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캐파는 연 6만9000톤 규모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11%다. 빠른 속도로 캐파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점유율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인조흑연 원료인 침상코크스는 자회사 피엠씨텍 생산, 음극재 코팅용 소재는 OCI와 합작사 피앤오케미칼 제작, 중국 시누오사(음극재 회사) 및 청도중석(구형흑연 회사)에 투자하는 등 수직계열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 그룹 차원에서도 음극재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478억원을 들여 실리콘 음극재 전문기업 테라테크노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2017년 설립돼 열전달이 우수한 고온 액상 방식 실리콘 음극재 연속생산 기술을 보유 중이다. 기존 배치식 기술 대비 생산성을 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실리콘 입자 크기를 나노화하면서 부피 팽창 이슈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최근 테라테크노스는 사명을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변경하고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연내 공장 설립에 착수해 2024년 상반기 내 양산 목표다. 포스코 그룹은 포스코케미칼과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음극재 캐파를 2030년까지 32만톤(천연흑연 14만6000톤·인조흑연 15만2000톤·실리콘 2만2000톤)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한편 포스코 그룹은 지난해 아프리카 흑연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인수한 바 있다.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우려가 높은 품목이다. 특히 최근 미국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가운데 포스코 그룹은 흑연 조달처를 확장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