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장비 사업은 (사이클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품 분야를 통해 건전한 수익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만난 강원일 파인텍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파인텍은 지난 2008년 설립된 회사다. 강 대표는 삼성SDI 액정표시장치(LCD) 부서에 있던 경험을 살려 나모텍에서 백라이트유닛(BLU) 사업을 개시했다. BLU는 LCD에서 광원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2010년에는 파인텍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사세를 키워갔다. 문제는 전방산업의 변화. 중국이 LCD 시장 침투를 본격화하면서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입지가 줄어들면서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주종을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파인텍도 대응 모색에 나섰다. 본딩(Bonding) 장비를 개발해 주력 제품으로 발굴했다. 해당 설비는 고온의 쇠막대를 이용해 전도성 필름(ACF)을 녹여 인쇄회로기판(PCB)과 패널을 합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PCB는 패널을 고정하면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이다. 이를 응용해 업계 최초로 접는(폴더블) 디스플레이 본딩장비를 생산하기도 했다.
중국 공세가 거세진데다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이 주춤하면서 파인텍에는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새 먹거리로 낙점한 건 배터리와 부품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산업이 커지면서 공략하게 됐다.
초기에는 배터리 소재를 빠르게 감는 권취 공정 이후 형상을 유지하도록 테이핑하는 권취후공정 설비를 삼성SDI에 공급했다. 다음 아이템으로는 배터리 셀 절연을 위한 테이핑 및 외관특성검사 장비를 개발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배터리 관련 부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대상은 캡어세이다. 이 제품은 배터리 케이스에 장착해 폭발 위험을 방지하는 안전정치다. 각형 배터리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매년 대규모 투자를 하지만 일정 부분 완료가 되면 장비 구매가 줄어들게 된다. 배터리 생산을 지속하는 한 캡어세이 등 부품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틈틈이 준비한 정보기술(IT) 기기 부품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터치 키와 스마트폰 후면커버 등이다.
터치 키 관련 제품으로는 ‘터치리스(Touchless)’ 시스템을 개발했다. 적외선 신호를 발산하는 움직임 감지 센서를 적용한 기술이다. 사용자가 손이나 물체를 갖다 대지 않아도 허공에서 취해지는 손동작을 감지해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엘리베이터, ATM 은행기기, 키오스크 등에서 터치리스 제품 수요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스마트폰 후면커버도 적용 모델을 늘려가는 등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파인텍은 유리 대신 ‘글라스틱’이라는 소재를 개발했다. 플라스틱에 유리 성질을 접목한 제품이다. 유리보다 가볍고 잘 안 깨지면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강 대표는 “현재 매출 구조가 장비 60%, 부품 40% 수준인데 장기적으로는 부품 사업이 더 커져서 70~80%를 차지하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며 “배터리 분야에서는 조립기, 테이핑 검사기 등이 안정화했다. 고객사 투자가 본격화하면 매출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20년까지만 해도 부품사업부 매출 비중은 26.7%에 그쳤다. 2021년에는 47.9%로 올라왔고 올해 1분기도 46.6%로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하반기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서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도 반등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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