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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새빗켐, LG 손잡고 폐배터리 시장 진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산업이 개화하면서 후방산업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동반자인 배터리에 이어 폐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는 8~10년 사용하면 충전량이 줄어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한 만큼 2025년 전후로 폐배터리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 방식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전거용으로 쓰이는 ‘재사용(Reuse)’과 함유한 원료를 회수하는 ‘재활용(Recycle)’으로 나뉜다. 재사용 제품도 최종적으로는 재활용한다. 폐배터리에서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을 추출한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계열사가 리사이클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 다만 원료 회수 기술 난도가 높아 단기간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배터리 3사는 10년 이상 관련 연구개발(R&D)을 진행해온 중소기업과 협업하는 추세다.

지난 2001년 설립된 새빗켐도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1993년 세워진 동양케미스트리가 전신이다. 동양케미스트리 창립자인 박민규 대표가 2001년 법인을 전환하고 2005년 새빗켐으로 상호변경했다.

새빗켐은 폐수처리 약품 사업을 시작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폐산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영위해왔다. 2011년부터 배터리 재생 R&D를 시작했고 2017년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고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 새빗켐 최대주주는 박 대표 차남인 새빗켐 영업2팀 박용진 팀장(31.60%)이다. 박 대표 지분율은 27.12%다. 박 대표 아내 이명희 씨와 장남 박용재 씨는 각각 4.68%와 5.47%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달 29일 만난 박 대표는 “분리 기술을 기반으로 재활용 사업을 개시했다. 당초 전기차 배터리를 보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2000년대 말부터 전기차 산업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기존 폐배터리 사업은 배터리 양산 단계에서 나오는 불량품 또는 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분해한 뒤 검은 가루 형태인 블랙파우더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블랙파우더를 제련해 황산코발트 황산니켈 탄산리튬 등으로 만들고 이를 전구체 회사에 판매하는 구조다. 전구체는 배터리 핵심 소재 양극재 중간 물질이다. 전구체에 리튬 등을 섞으면 양극재가 된다. 양극재는 배터리 속성과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며 원가 40~50%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새빗켐도 블랙파우더를 회수하지만 주력은 전구체복합액이다. 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으로 구성된 황산염 수용액이다. 전구체 복합액 공정은 폐원료 입고 – 침출(황산 침출제로 원료 이온화 및 불순물 제거) – 용매 추출(원료별 추출액으로 생산) – 수산화 침전(추출액에 가성소타 투입해 산도 등 조정) – 해세(전구체 수산화물 용수에 현탁) – 저용해(전구체 수산화물 황산용해) – 튜닝(고객사 규격에 맞게 농도 조절) 순으로 이뤄진다.

박 대표는 “파우더는 물기를 날리고 건조하고 물에서 다시 녹여야 하는 등 추가 공정이 필요하다”며 “액상 형태로 만들면 고객사는 별도 공정 없이 바로 전구체를 제작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공정 간소화로 리드타임(주문부터 납기까지 기간)도 경쟁사 대비 1개월 내외 짧다. 새빗켐 리드타임은 2개월 수준이다.

새빗켐의 또 다른 특징은 ‘튜닝’이다.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는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조합이다. 소재 함량에 따라 523, 622, 811 등으로 나뉘는데 새빗켐은 고객사가 원하는 비율을 맞춰준다. 전구체 제조사가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터리 리사이클 업체의 지상과제는 폐배터리 확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폐배터리 조달이 안 되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빗켐은 지난 4~5년 동안 LG화학과 R&D 부문에서 협업해왔고 최근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LG화학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의 합작사(JV)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와 10년간 구속력 있는 구매계약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본계약 체결 시 새빗켐은 한국전구체주식회사에 2024년 하반기부터 폐배터리 등에서 회수한 재활용 원료를 2034년까지 10년 동안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과 협력하는 만큼 폐배터리 수급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빗켐은 경북 김천 2공장(약 3000㎡)에서 리사이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산능력(캐파)을 확대를 위해 경북 구미 본사 인근에 3공장(약 1만㎡)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완공 목표다. 2024년부터 단계적인 증량을 통해 2026년에는 연간 6000~7000톤의 복합액을 생산할 방침이다.

투자금 조달 차원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총 공모주식수는 107만주,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5000~3만원이다. 총 공모금액은 268억~321억원 규모다. 오는 20~21일 수요예측, 26~27일 청약 예정이다. 다음달 코스닥 상장 목표다.

새빗켐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 태국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일본은 하이브리드카가 나온 지 10년으로 내년부터 폐배터리가 다량으로 나오는데 현지 업체는 큰 관심이 없다. 우리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 쪽에서는 정보기술(IT) 기기에서 폐배터리가 많이 나온다.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매출원 폐산, 새 먹거리 태양광 패널 재활용 부문도 이어간다. 폐산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사로부터 구매해 인산 등으로 전환 및 판매한다. 태양광 쪽에서도 분리 기술을 이용해 원료를 추출해 사업화하겠다는 의도다.

박 대표는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경쟁력은 기술”이라며 “새빗켐은 지질자원연구원과 수백억원을 들여 분리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대기업 계열사들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LG화학이 우리와 함께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새빗켐의 지난 3년 매출액은 ▲2019년 155억원 ▲2020년 210억원 ▲2021년 334억원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19년 16억원 ▲2020년 26억원 ▲2021년 55억원이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3억원과 3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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