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수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콘텐츠 공급자에게 내놓고 있다. 영세 SO도 마찬가지로 전향적이다. 그런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인터넷TV(IPTV)사는 인색하다.
31일 강호성 CJ ENM 대표<사진>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IPTV3사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최근 CJ ENM은 유료방송업계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비롯해 선공급 후계약 관행 등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 강호성 대표는 ”K-콘텐츠는 글로벌시장에서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는 산업과 유통‧시장구조는 국내 수준“이라며 ”미국은 제작비 100~120% 이상을 수신료(프로그램사용료)로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IPTV‧플랫폼사에 제공하면 제작비 3분의 1만을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소비자가 지불해하는 IPTV‧케이블 요금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이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신료 등 여러 도미노 현상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조정의 문제“라며 ”한 산업을 죽이고 한 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컨센서스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강 대표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제작비와 수익을 예측해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CJ ENM은 콘텐츠에 5년간 5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6000억원을 투자한 CJ ENM은 올해 8000억원을 투입한다. tvN과 티빙을 포함한 금액이다. 티빙은 글로벌 1위 콘텐츠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CJ ENM은 글로벌 전략에서 티빙과 충돌하지 않도록 각 타깃에 맞는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해외 파트너 등 공급처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강호성 대표) IPTV와 CJ ENM이 티격태격한다. 콘텐츠 사용료와 수신료 분배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빨리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지금 K콘텐츠 글로벌 시대가 왔다. 이는 인프라와 유통구조와 수익구조가 선진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K콘텐츠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대칭이 발생하고 있다. 콘텐츠 수준은 글로벌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를 유지해야 하는 산업, 유통, 시장구조는 국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콘텐츠가 글로벌화됐다.
해외 OTT가 바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시장이 콘텐츠에 대해서만 관심 있고, 국내에 관심 없다면 글로벌 메이저에 예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유통구조와 분배구조, 시장 구조도 선진화돼야 한다.
IPTV사와 플랫폼사에 프로그램 제작해 공급하면 제작비 3분의 1을 수신료로 받는다. 미국의 경우, 제작비 100~120% 이상을 수신료(프로그램사용료)로 받는다. 수신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나머지 수신료 3분의 1을 부가수익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 구조가 부가수익인 협찬수입에 의존하는 문제적 상황이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전향적인 시장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OTT에 줄을 서게 된다. 그곳에서 제작을 하면, 110~120% 이상을 받지만 IP를 다 줘야 해서 하도급제에 불과해진다. 시장을 넓히고,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으려면 콘텐츠 시장 유통 구조 분배가 선진화돼야 한다. 이것이 콘텐츠가 살 길이다. 시간이 없다.
Q. 유료방송업계와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을 보이고 있는데, IPTV와 SO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 특히, 한국은 미국보다 요금이 낮기 때문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높이면 요금도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강호성 대표) SO는 가장 많은 수익을 콘텐츠 프로바이더에게 내놓고 있다. 영세한 SO도 그러하다. 시장 80%를 차지하는 IPTV사는 인색하다. 영세한 SO도 전향적인 상황인데, IPTV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통신료 등 여러 도미노 현상이 생기지 않겠느냐 우려했는데, 조정의 문제다. 어느 산업을 죽이고 살리는 게 아니다. 다 같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컨센서스 문제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빨리 매듭지어야 할 부분이다. Q. 선공급 후계약 관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호성 대표) 프로그램을 2020년 제작해 제공한다. 그럼 2020년 방영된다. 프로그램 제작 때 어느정도 비용을 들여서 할지 예상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제공에 대한 대가는 2020년 말이 돼야 정해진다. 리스크를 다 떠안게 된다. 투자해서 공급한 다음 연말에 대가 지급받을 때 원하는 수준을 받지 못하면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선계약 후공급 체제였다. 종편 들어서면서 변화했다. 종편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제대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채 해를 넘겼다. 한 번 생긴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작비를 예측해야 한다. 글로벌로 나아가는 K콘텐츠인데, 수익이 어느정도 나올지 예측할지 모른다면 이미 산업화가 아니다. 콘텐츠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이다. 선계약 후공급 이 하루속히 이뤄져서 콘텐츠 사업자가 예측해서 공급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Q. 5년간 5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티빙을 포함한 투자 계획인가?
▲(강호성 대표) 콘텐츠 투자 성장률을 5년에 대입시켜보면 이 금액이 나온다. 무리한 투자가 아니라, 지금처럼 해 왔듯이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글로벌로 더 커질 것이다.
▲(임상엽 COO) 올해는 8000억원을 투자한다. 하루에 4개정도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셈이다. 절반은 드라마에 투입된다. 티빙 포함된다. 티빙과 tvN에 투자된다는 점 강조하겠다. 추가 자금 조달 없이도 가능한 규모다.
Q.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처럼, 글로벌 기업과 협력 관계는 유지할 생각인지? 티빙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인가?
▲(강호성 대표) 메이저 플레이어 요청이 있다. 슬기롭게 가겠다. B2C 플랫폼에는 티빙이 있다. 티빙 말고 다른 곳에 안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본적인 발상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작한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는 창을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역량을 강화해 티비 역량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꾀할 것. 티빙 성장에 따라서 더 많은 콘텐츠가 흘러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Q. 티빙은 넷플릭스와 경쟁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CJ ENM 글로벌 전략과 충돌 가능성은 없는가?
▲(양지을 대표) OTT는 한 고객이 복수 서비스 이용하는 특성이 있다. 3개 이상 4개까지 사용한다. 이미 1.5배 이상 사용한다. K콘텐츠 내에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가 있을 수 있다. 티빙 국내 사업, 해외 사업으로 발전하면서 티빙만이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엣지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고객 상대할 생각이다. 넷플릭스 ENM 차원에서 협력 진행될 수 있지만, 티빙과 다른 포지션이 될 것이다.
▲(강호성 대표) 오히려 충돌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제 하나의 OTT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 여러 OTT, 플랫폼 대세, 스트리밍 플랫폼 대세가 되면 여러 OTT 보는 시장이 되기 때문에 양립 가능하고 충돌되지 않는다. 충돌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ENM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 티빙을 슬기롭게 성장시키겠다. Q.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비교해 강점은 무엇인가?
▲(이명한 대표) 국내 OTT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포지셔닝하려면, K콘텐츠 맛집이라는 위치가 없다면 쉽지 않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OTT 중에서는 티빙이 아닐까? 과거 수년간 한국 대중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 온 제작 집단이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IP를 공급할 수 있다. 다른 플랫폼보다 실시간 스트리밍 콘텐츠를 오래 전부터 제공해 왔다. OTT플랫폼과 TV플랫폼은 다른 듯 하지만, 콘텐츠 교집합이 있다. 다른 OTT에서 즐기기 어려운 차별적 재미도 지속 제공하겠다. Q. 중국 OTT 등과 전략적 제휴 계획 있는지?
▲(양지을 대표) 다양한 해외 플랫폼 사업자와 논의 중이다. 진행 중인 관계라 어디라고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 포커스 있고 동남아시아 등도 검토 중이다. Q. 티빙을 글로벌시장에 어떻게 안착시킬 계획인가?
▲(양지을 대표) 전략만 많이 짜는게 아니라 구체적 아젠다를 가지고 해외 유수 플랫폼 업체들과 논의 중이다. K콘텐츠는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가고 있다. 해외업체 러브콜도 진행하고 있다. K콘텐츠로 해외 진출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로컬 콘텐츠, 보유한 IP를 현지화하는 작업도 동시 진행할 수 있다.
▲(강호성 대표) 문화 산업에 있어 정서적인 문제라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 그런 부분 때문에 걱정한 것 같다. 처음부터 글로벌로 비전을 삼았다. 네트워크와 제작 기지를 만들어 놨다. 그래서 수익보다는 정서를 파악했다. 누구와 협업해야 하는지 감을 배웠다. 글로벌에서는 초격차 역량을 확보했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연락이 오고, K콘텐츠 핵심 전진기지에 있다. 갑자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충분히 준비해 왔다. Q. 넷플릭스에서 높이 평가하는 제작 자율성에 대한 의견은?
▲(이명한 대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CJ ENM에 있는 이유가 있다. 전문 스튜디오를 세팅한 주체가 CJ ENM이다.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상대사와 비교해 불편하지 않은 환경은 지금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Q. 네이버 IP 활용 계획 있는가?
▲(이명한 대표) 네이버 인기웹툰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IP가 있다. 티빙에서 기대하고 있다. 오리지널 전략처럼 프랜차이즈 IP가 될 수 있다. 웹툰 IP 기반으로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어, 하반기에 네이버와 내놓을 예정이다. Q. 1분기 실적을 보면, 코로나19 속 괄목할만 성과를 보여줬다.
▲(강호성 대표) 1분기 좋은 실적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광고시장이 회복된 측면이 있다.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부족하다. 1분기 콘텐츠와 IP 라인업이 아주 좋았고, 흥행에 성공했다. 회복을 넘어선 광고실적을 냈다. 유통 쪽 콘텐츠 사용료로 늘었다. 아이돌 프로그램 호조도 있었다. 티빙도 올들어 놀라운 성장을 하고 있다. Q. 멀티 스튜디오는 언제 어떤 규모로 설립되는가. 신설법인으로 출범하는가?
▲(강호성 대표) CJ ENM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 제작 역량 차별화다. 콘텐츠 제작 능력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여러 생각 중 하나가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이다.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은 효율적인 제작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포맷과 장르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능,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 생태계를 구현하는 최적의 시스템이다. 다만, 멀티 스튜디오 구조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용을 말하기 이르다. 올해 안으로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해 공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