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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업체, 자체 배터리 라인 구축 가능할까 [IT클로즈업]

- 테슬라·폭스바겐 등 배터리 공장 구축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EV) 성장세로 배터리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입김이 강해지자 자동차 회사들도 자체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대응 모색 중이다. 시장에서는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독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GM BMW 등은 배터리 내재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40~50%를 차지한다. 내연기관차 시대와 달리 협력사 의존도가 높아졌다.

현재 배터리는 한국·중국·일본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전통의 강호 유럽과 미국에는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 스웨덴 노스볼트가 지난달에서야 처음 제품을 출하했다.

현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유럽과 미국 내 배터리 제조사가 늘어나고 있으나 단기간에 몸집을 키우기는 어렵다. 양(배터리 생산량)과 질(배터리 성능)을 한 번에 끌어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최근 원료 및 공사 비용 부담 증대, 장비 납기 지연 등으로 신공장 설립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수년간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기술력으로 세계 1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공장 정상화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 후발주자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M '얼티엄 플랫폼'
GM '얼티엄 플랫폼'
이에 전기차 업계가 배터리를 직접 만들기 위해 나선 상태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와 독일 베를린 등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소재사 등과 직거래를 트면서 자체 공급망까지 형성하는 분위기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중국 궈쉬안 등 배터리 협력사 지분을 확보하거나 합작 공장을 짓는 등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시도 중이다. GM과 포드 등은 배터리 소재업체와 합작사(JV)를 만들거나 추진하는 등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빌드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각각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JV를 세우면서 배터리 노하우 확보를 위한 작업도 진행했다.

문제는 이들의 배터리 기술력이 한참 부족한 점. 한 배터리 장비업체 대표는 “완성차업체에서 파일럿 라인을 꾸리겠다면서 우리에게 일부 계획을 공유한다”면서 “기술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 질문부터가 초등학생과 대학생 수준으로 차이난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제외하고는 공장 양산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걸림돌이다. 이미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 유럽 미국 등에 생산거점을 마련 중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하나둘씩 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배터리 연구를 본격화한 회사와 완성차업체가 경쟁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회사가 배터리 내재화를 시도하는 것은 공급망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이라면서 “일부 자체 제작도 하겠지만 가격협상 또는 조달 체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배터리 개발 및 생산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설계(팹리스)와 위탁생산(파운드리)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배터리 소재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쪽은 이미 고객사와 협력사가 공동 개발하는 추세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이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설계 자유도를 제한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을 설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생산만 배터리 제조사에 맡기는 원청-하청 구조를 그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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