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퍼블릭 피어링과 달리 프라이빗 피어링은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SK브로드밴드) vs. “퍼블릭 피어링이나 프라이빗 피어링 모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둘 다 무정산이 원칙이다.”(넷플릭스)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항소심 4차변론에서는 망 접속방식에 따른 망 이용대가 지불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다.
이번 변론에서 양측이 부딪힌 지점은 ‘피어링’(Peering·직접접속) 방식으로 망에 접속할 때, 퍼블릭 피어링(Public Peering)이냐 프라이빗 피어링(Private Peering)이냐에 따라 망 유상성이 달라지는지 여부였다.
일반적으로 망에 접속하는 방식 중에는 ‘피어링’방식이 있는데, 피어링은 ISP가 자신의 망에 접속한 상대방의 트래픽을 자신의 망 이용자에게 소통시키는 것으로, 단 다른 ISP의 망에 연결된 이용자에게는 트래픽을 소통시키지 않는 방식이다. 피어링은 다시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나뉘는데, 다자간 합의를 전제로 한 퍼블릭 피어링과 달리 프라이빗 피어링은 양자간에 연결하는 트래픽 처리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퍼블릭 피어링은 ‘일반망’, 프라이빗 피어링은 ‘전용망’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 IXP(인터넷교환지점)인 ‘SIX’에서 SK브로드밴드 망에 접속했다. 이후 2018년 5월 양측은 IXP를 기존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 IXP ‘BBIX’로 옮겼다. 이때 SIX는 퍼블릭 피어링, BBIX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접속했다.
SK브로드밴드는 당시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퍼블릭 피어링보다 전송 품질이 보장되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접속할 필요가 생겼고, 따라서 IXP를 SIX에서 BBIX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퍼블릭 피어링은 트래픽 무산 교환을 다자간에 합의한 것이지만, 프라이빗 피어링은 양자간에 계약하는 전용망인 만큼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단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은 “시애틀(SIX)은 다자간 계약이고 도쿄(BBIX)는 양자간 계약으로, 시애틀에서의 접속관계는 SK브로드밴드 외 수많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노트서버에 연결돼 있고 특별한 계약이 필요 없다”며 “하지만 퍼블릭망을 통해 들어온 콘텐츠의 품질은 좋을 수 없었고, 양사는 우선 (전용망을) 빨리 연결해 이용자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봤다. 망이 일반망인지 전용망인지에 따라 무상과 유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측 변호인은 “시애틀과 연결할 때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도쿄에서부터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며 “망은 유상이라더니 또 일반망은 무상이고 전용망은 유상이라며 주장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송’은 유상이라는 자신들 주장의 전제를 스스로 뒤집었다”라고 짚었다.
또한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만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부담한다는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국내 CP는 트랜짓(Transit·중계접속) 방식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대가를 내는 것이지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트랜짓이 아닌 피어링 접속이어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트랜짓은 ISP가 자신의 망에 접속한 상대방의 트래픽을 자신의 망뿐 아니라 다른 ISP의 망으로도 소통시키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측 변호인은 “CP와 ISP의 피어링은 서로간의 트래픽 절감과 콘텐츠 품질 향상이라는 공동 목표 하에 무정산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그러나 “CP는 트랜짓이든 피어링이든 접속 방법을 ISP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은 “해외전송 당시 무정산 상호접속이라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2018년 자료를 보면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와 직접 연동하고 망 이용대가 지급에 합의했다고 적혀 있다”면서 “프랑스에서도 넷플릭스가 오랑주에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에 합의했다고 나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