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항소심 3차변론에서는 양측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합의 유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다.
이번 변론의 쟁점은 양측간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특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연결 당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혔다.
양측은 2015년 9월부터 망 연결에 관한 교섭을 진행했고,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 IXP(인터넷교환지점)인 ‘SIX’에서 SK브로드밴드 망에 접속했다. 이후 2018년 5월 양측은 IXP를 기존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 IXP ‘BBIX’로 옮겼다.
이날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을 처음 연결할 당시 아무런 비용 정산이 없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무정산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IXP를 시애틀에서 도쿄로 옮길 당시에도 망 이용대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측 변호인은 “시애틀에서 연결할 때 무정산 방식으로 피어링한다는 점을 피고(SK브로드밴드)는 알고 있었고, 대가를 지불받지 않고 연결했다”면서 “피고는 2018년 10월에 가서야 망 비용을 지불해달라고 했는데, 그 전까지 망 이용대가를 어떻게 지불하라고 했는지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사가 당시 주고받은 이메일을 들어, “2016년 1월 시애틀에서 연결하고 난 뒤 5월에 원고(넷플릭스)가 피고(SK브로드밴드)에 보낸 이메일을 보면 ‘우리는 시애틀에서 SFI(무상 상호접속 약정)로 트래픽을 교환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양측이 망 이용대가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그러나 2016년 망 연결은 넷플릭스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며, SFI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2018년 도쿄 IXP로 옮긴 것은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함에 따라 일단 급한 불을 끈 것이고, 망 이용대가 문제는 유보한 것이라 피력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은 “2016년 6월 이전까지 망 연결방법들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한 것은 맞지만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했고,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피고(SK브로드밴드)와 협의 없이 SK브로드밴드 망에 연결했다”면서 “이후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확장되면서 퍼블릭 네트워크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새로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했다.
넷플릭스가 2016년 SK브로드밴드에 일방적으로 망을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은 퍼블릭 피어링(public peering)을 통해서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피어링은 ISP간 직접접속을 의미하는데, 개별 ISP끼리 협의를 통해 접속하는 프라이빗 피어링(private peering)과 달리 퍼블릭 피어링은 당사자간 합의가 없어도 포트를 연결하기만 하면 접속할 수 있다.
다만 퍼블릭 피어링은 소량의 트래픽만 감당할 수 있어 품질이 떨어지자,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망 이용대가 협상은 유보한 채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전환하고 넷플릭스 전용망을 설치해줬다는 것이다.
양측의 대립각이 커지자 재판부는 넷플릭스 측에 ‘무정산 합의를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가장 중요한 게 지금 계약서가 없어서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된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명시적 합의에 대해서는 사실 입증이 불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악수만 하면 끝난다고까지 하니, 정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소액의 거래에서조차도 계약서를 쓰고 법률사무소에 가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거래 행위”라며 “합의에 이르렀다, 그렇게 볼 만한 그런 정황이 있는지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