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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대가 논쟁 격화…“네트워크 쓰면 대가 내야” vs. “‘제로 룰’ 지켜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강소현 기자] “자사의 비즈니스모델을 위해 타인의 자원 즉 네트워크를 이용할 때 지불해야 하는 반대급부가 망 이용대가인 것. 망 중립성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다.”(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

“‘제로 프라이스 룰(Zero Price Rule)’을 파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CP 소매가격으로 전가돼 소비자 후생이 저하되고, 착신독점력 형성으로 CP에 대한 ‘오픈 앤 프리(Open and Free)’를 위협하는 것이다.” (정인석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1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주최로 열린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에선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사이에 논쟁이 되고 있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이 발제에 나섰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이날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몇가지 궁금증들’이라는 주제로 첫 발제를 맡아 “망 이용대가란 네트워크 이용에 따른 반대급부”라고 역설했다. CP는 망 이용을 결정하는 주체로서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이때 이뤄지는 접속에 대한 요금(Access Fee)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전문위원에 따르면 과거 텍스트 중심 서비스일 때는 피어링(peering·직접접속)을 할 때 서로 트래픽 교환 비율이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사진·동영상 시대가 열리면서 트래픽 교환 비율은 비대칭이 심화됐다. 조 위원은 “피어링은 기술적 용어이며 상호무정산은 전제가 아닌 정산 방식 중 하나를 택한 결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초기에는 트래픽 교환 비율이 비슷했기 때문에 무정산 방식을 선택한 것이고, 이후 트래픽 비대칭이 생기면서는 또 다른 선택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ISP가 접속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망 중립성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망 중립성 규제는 ISP가 CP에 과금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특정 CP 트래픽을 우선처리 해주고 그에 따른 추가대가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조 전문위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망 중립성 규제가 강했던 2015~2016년 당시에도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15년 미국 케이블TV 회사인 차터가 타임워너케이블·브라이트하우스를 인수했을 당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이용대가 지급 금지’를 인수합병 승인조건으로 부과했는데, 이후 해당 승인조건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문서가 드러났다. FCC가 망이용대가 지급을 금지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견해를 전했다. 우선 망 이용에 관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연결의 여부와 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짚었다. 현재 우리 국회에는 CP와 ISP가 망 이용 계약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하는 등의 법안들이 제출돼 있기도 하다.

특히 정 교수는 CP가 ISP에 내야하는 망 이용대가를 크게 ‘입장료’(접속료)와 ‘착신료’(콘텐츠 전송료)로 구분하면서,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착신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이러한 착신료 요구는 ‘제로 프라이스 룰(Zero Prcie Rule·ZPR)’을 파기하는 행위라고 역설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ZPR은 망중립성과 함께 인터넷 생태계가 지향하는 규범 중 하나로, CP가 ISP에 입장료를 내면 그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착신료)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개념이다.

착신료 지급이 인터넷 생태계 전반과 사회적 후생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가 우려하는 상황은 크게 2가지다. 해외 ISP들 역시 국내 CP에 착신료 지급을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며, CP는 비용 인상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할 것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이 문제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라는 하나의 CP에 돈을 받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ISP가 착신료를 받아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선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CP가 ISP의 가입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하려면 ISP의 망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즉 ISP는 착신독점력을 가진 사업자”라며 “네트워크가 없으면 콘텐츠가 없고, 콘텐츠가 없으면 네트워크도 없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현재 국내에선 입법부가 넷플릭스법 제정을 시도하고 사법부는 1심에서 넷플릭스에 지불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는 등 ZPR 파기를 돕고 있는 형국”이라며 “전세계적으로 ZPR이 지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파기하면 글로벌 ISP·CP가 국내 ISP와 연결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우리들만의 인터넷이 되는 시나리오도 상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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