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알던 그곳 맞아?”…야놀자·번개장터 ‘브랜드 이미지’ 변신=여러 오프라인 매장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이 모인 곳은 야놀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다.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위치한 데다, 단기간 진행하는 팝업스토어로 고객 참여 이벤트가 다양했다.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커다란 분홍색 고양이 인형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증샷’ 문화를 겨냥해 설치한 조형물이었다. 실제 인형 앞으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매장에 방문한 A씨(23세)는 “SNS에 올라온 고양이 인형 사진을 보고 팝업스토어가 열린 걸 알게 됐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예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소문 났다”고 말했다.
야놀자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키워드는 ’여가‘다. 기존 고객에게 인식되던 숙박예약 플랫폼이라는 한정적 이미지를 넘어 종합 여가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다. 특히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재활용 플라스틱 활용한 키링 제작 부스를 진행했다. 체험에 참여하려면 야놀자 앱에서 ‘DIY 키링 체험’ 상품을 결제해야한다. 오프라인 체험 활동을 통해 모바일 앱 신규 고객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가 팝업스토어로 브랜드 정체성 확장에 힘을 줬다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명확히 구분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지난해만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를 3호점까지 선보였는데, 1·2호점은 스니커즈에, 3호점은 명품에 집중했다.
번개장터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빨강·번개 심볼은 매장에서 찾기 어렵다. 이름 또한 번개장터 한글 발음 ‘브그즈트(BGZT)’로 변경했다. 즉 매장에선 기존 이용자들이 알던 번개장터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번개장터 매장인 줄 모르고 방문하는 고객이 절반 정도다.
더현대 지하 1층 브그즈트랩 1호점 매장 진열장에는 중고 스니커즈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모든 스니커즈는 깨끗이 세척 후 빳빳한 비닐랩에 씌워져 보관돼 있었다. 중고제품이지만 새 제품과 진배없었다. 제품 대부분은 일반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정판 스니커즈다. 매장을 찾은 당일(5월27일) 기준 가장 비싼 스니커즈는 약 5000만원에 달했다.
역삼 센터필드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은 철저하게 프리미엄 럭셔리 콘셉트를 표방한다. 매장에 들어선 순간, 대기 중이던 명품 컨설턴트가 1:1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할 때도 흰 장갑을 낀 채 조심스럽게 다룬다. 판매하는 중고제품 종류 또한 에르메스·샤넬·롤렉스 등 최고가 명품 브랜드로 한정됐다.
특징은 브그즈트랩에 진열된 모든 신발 바닥에 QR코드가 부착돼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 카메라로 해당 코드를 인식하면 번개장터 앱을 통해 제품 상세정보와 가격을 열람할 수 있다. 고객은 이 과정에서 번개장터 매장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다. 프리미엄 매장 콘셉트는 일반 중고거래와 달리 한정판·리셀 상품에 중점을 두는 번개장터 지향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속 상품들이 내 눈앞에”…와디즈·머스트잇 ‘체험매장’=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2020년 서울 성수동에 체험형 매장인 ‘공간 와디즈’를 개관했다. 지난 27일 방문한 ‘공간 와디즈’는 평일 오후에도 적지 않은 인파로 활기를 띠었다. 1층 와디즈 펀딩은 현재 펀딩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제품들이 전시된다. 주로 ▲뷰티 ▲테크 ▲리빙 ▲패션 ▲펫 ▲푸드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방문객은 자유롭게 제품을 만지며 사진을 찍고 체험해볼 수 있다.
모든 제품엔 와디즈 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붙어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제품 가격과 성능, 후기 등 상세정보를 볼 수 있고 펀딩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보고 체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플랫폼까지 사용할 수 있게 유도한 것이다. 매장 스태프들도 체험객들에게 “와디즈 회원가입을 하면 제품 구매 시 할인 혜택이 있다”고 안내했다. 2층 와디즈 스토어는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곳 제품은 펀딩이 종료됐기 때문에 1층과는 달리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이날 ‘공간 와디즈’를 방문한 김다영(32) 씨는 “특히 향수 같은 제품은 향을 맡아보는 게 제일 중요한데 이곳에선 그런 세부적인 요소까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길민영(32) 씨는 “와디즈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오늘 와보니 나중에 와디즈 홈페이지도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펀딩이 진행 중일 때 온라인에서 사는 게 펀딩 종료 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지난해 서울 압구정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다.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고 오프라인 중심 명품 구매 고객 대상으로 머스트잇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같은 날 방문한 머스트잇 쇼룸은 명품 부티크 고급스러움과 편집숍 트렌디함이 공존하는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지갑과 파우치를 제외한 신발과 가방, 의류는 별다른 요청 없이 편하게 만져보고 피팅룸에서 실제 착용이 가능했다.
머스트잇에 따르면 현재 오프라인 쇼룸은 온라인플랫폼과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타깃 확대에 기여한다. 김태욱 머스트잇 MD본부 본부장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분석되는 판매량과 고객 데이터를 브랜드 및 상품 비주얼머천다이징(VM) 기획에 반영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서 취합되는 데이터는 다시 온라인 타깃 확장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고 답했다.
◆쇼핑몰 향한 ‘플라이북·W컨셉’…온오프라인 연계 아쉬운 지점도=온라인플랫폼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오프라인 상설 매장을 연 곳도 있다. 독서 SNS 플랫폼 ‘플라이북’은 오프라인 매장인 잠실 롯데월드점을 지난 5월 선보였다. 도서 리뷰 검색 및 추천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서 제공해온 독서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플라이북 매장이 기존의 서점·도서관과 다른 점은 앱 이용자 데이터 기반으로 책 큐레이션을 했다는 점이다. 매대에 진열된 추천 도서들은 연령대와 기분, 관심사 등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돼있었다. 해당 책들은 플라이북 인공지능(AI)과 앱 이용자 데이터 기반으로 별점 4점 이상을 받은 도서다.
다만 최근에 문을 연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롯데월드몰에서 위치한 매장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앱 다운로드를 할 수 있는 QR코드 안내판이 매장 입구와 내부 몇 군데에 있는 걸 제외하면, 이곳이 독서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즉 방문자가 적극적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일반 서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김지아 플라이북 매니저는 “오픈한 지 2주 정도 지나 아직은 방문자 수가 많지 않다”며 “향후 SNS 등 다양한 경로로 매장과 온라인플랫폼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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