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법적지위를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OTT 업계는 정부로부터 세액공제 등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OTT 업계는 그러나 이 같은 법안 통과에도 큰 기대가 없는 분위기다. 정작 정부 지원 대상은 한정돼 있고, 정의 조항은 추후 규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OTT를 둘러싼 정부부처들간 소관 다툼이 해결되지 못한 점도 그 불씨를 키우고 있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OTT 법적지위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OTT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이하 영비법) 제2조제12호에 따른 비디오물 등 동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로 정의한 게 골자다.
인용된 영비법 제2조제12호는 “‘비디오물’이란 연속적인 영상이 테이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나 장치에 담긴 저작물로서 기계·전기·전자 또는 통신장치에 의하여 재생돼 볼 수 있거나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OTT의 법적 지위가 중요한 이유는 정부 지원의 법적근거가 필요해서다. 특히 발단이 된 것은 세액공제 도입으로, 앞서 기획재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OTT를 포함시키려면 그에 맞는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는 해석을 내렸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역무로 규정하는 개정안에 합의했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이 개정안을 의결한 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 OTT 법적근거 마련, 정부지원 길 열릴까?
OTT 업계가 이 법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세액공제’와 ‘자체등급제’다. 그동안 국내 OTT 업체는 기획재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으로서 세제 지원을 받고자 했다. 또한 빠른 콘텐츠 수급 및 공급을 위해 영상물 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자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OTT 사업자들을 위한 세액공제의 경우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평가다. OTT 세액공제가 ‘제작비’에 대한 것이어서 그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보다 제작사를 통해 투자하는 비용이 큰 OTT 사업자들로서는 제작비 세액공제보다는 투자비 세액공제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제작비 세액공제를 국내 OTT 업체가 받으려면, 업체가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출연진·작가·스태프 등과 직접 계약을 일일이 체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물론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절차가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조금 받으려고 시도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자체등급제의 경우 이번 개정안뿐만 아니라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 개정안은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에 계류돼 있다. 국회 문체위원장인 이채익 의원(국민의힘)의 임기가 5월로 끝나기 때문에, 하반기 원구성 이후 개정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자체등급제는 문체부 장관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한 업체만 가능한 데다 재지정도 5년마다 이뤄져, 사실상 문체부의 또 다른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앞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이러한 사업자들의 의견에 따라 자체등급제 지정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펼쳤지만, 문체부가 이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방통위의 경우 자체적으로 제정을 추진 중인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통해 OTT에 대한 또 다른 법적정의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모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는 가운데, 3개 부처가 OTT를 자신들의 소관법에 담기 위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OTT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OTT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OTT 입장에선 정부가 차라리 지원도 하지 말고 규제도 하지 말고 사업자들을 그냥 내버려두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며 “OTT의 법적정의가 마련돼 정부 지원 길이 열린 것은 환영하나, 이것이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