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기요금 ‘원가주의’는 결국 원전 확대… 더 시급해진 ‘폐기물 처리 문제’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2-05-01 11:49:10
문재인 정부의 ‘연료비 연동제’와 20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지난 28일 ‘에너지정책 정상화 3대 기본방향‧5대 중점과제 발표’에서 강조한 ‘원가주의’는 사실 같은말이다. 발전 원가가 오르면 그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시킨다는 골자는 두 방식이 동일하다.
다만 뉘앙스에 다소 차이가 있다. ‘연료비 연동제’는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되 다른 요소들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됐다. 시차를 두고 발전 원가 인상분을 단계적, 제한적으로 요금에 반영시키는 구조다. 실제로 원유, 석탄 등 국제 에너지가격이 상승했지만 정부는 물가 부담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에 반영하지 못하거나 유예시켰다. 지난해 5조9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역대급 적자는 이 때문이다.
올해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작년보다 크게 올랐기때문에 기존 ‘연료비 연동제’로는 한국전력의 적자 기록이 다시 한번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통계에서,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금액은 148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4월, 77억2000만 달러와 비교해 거의 2배로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인수위가 강조한 ‘원가주의’는 보다 직접적인 의미를 가진다. 한전 적자의 원인이 전기요금 정책 결정의 왜곡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이를 전기요금에 즉시 반영시키는 구조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 28일, 코스피시장에서 한국전력의 주가가 8.55%이상 급등한 것은 원가주의에 따른 요금인상 기대감이 높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24일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배럴당 100달러대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원가주의’에 입각해 직접적으로 전기요금에 즉시 반영시킬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국민들의 체감 물가를 크게 자극시켜 여론이 악화될 수 있기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전기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요금’이 아니라 사실상 ‘세금’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재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팜유’ 파동 등 국제 곡물 가격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전기요금의 원가주의를 관철시키려다가 의도와 무관하게 정부가 ‘물가관리’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시기적으로 여의치않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또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가정용, 산업용 등으로 차별화된 기존의 전기요금 체계를 갈등없이 다시 손봐야하는 것도 과제다.
인수위는 ‘원가주의’를 골자로, 새 정부 출범이후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수단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인수위는 기존 PPA(전력구매계약)제도의 확대 등을 통해 한국전력의 독점 판매 구조를 개방하는 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전력거래를 통해 시장 원리에 맞는 가격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독점 판매 구조를 개방한다’는 표현 때문에 한 때 ‘한전 민영화’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인수위는 ‘기존 전력 직거래 방식의 확대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이와함께 인수위측은 “원전 가동이 정상화되면 가격 인상 요인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인수위가 강조한 ‘원가주의’의 종착역은 전기요금의 인상(현실화)가 목적이 아니라 원전 비중 확대로 귀결된다. 발전 원가를 낮추려면 현실적으로 원자력밖에는 대안이 없고, 여기에 수소경제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도 당장 원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선언과 함께, 원전 생태계의 회복과 함께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오는 2030년 원전 발전비중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문제는 이같은 원전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방사성 폐기물’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본격적인 논의도 이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EU(유럽연합)은 올해 2월, 원자력과 가스를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분류체게), 즉 친환경으로 분류시키면서 단서를 달았다.
EU집행위원회는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녹색 투자 라벨을 획득하고,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과 자금이 있는 국가에 위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즉, 방사성 폐기를 처리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원자력’은 친환경으로 간주되지 못한다. 세부적인 논의가 더 진행돼야겠지만 국가 탄소중립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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