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플랫폼 사업자와 제작사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새로운 수익모델에 대해 함께 논의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경진 CJ ENM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은 28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진행된 ‘2022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은 ‘콘텐츠가 이끄는 새로운 미래’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가운데 박철수 필름몬스터 대표,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최경진 CJ ENM 담당, 김연성 위매드 부사장, 허주민 스튜디오WA 대표 등 제작사와 유통사를 각각 대표하는 관계자들이 참석해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방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박철수 필름몬스터 대표는 콘텐츠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에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데 콘텐츠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세제 감면이나 공제 혜택과 같은 투자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매 정권마다 세계적 문화강국을 외치지만 거기에 걸맞는 예산이 투자되는지는 의문“이라며 ”문화산업의 영향력을 고려해 정부는 K콘텐츠를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와 같이 중점산업으로 삼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의 국내 콘텐츠 지적재산권(IP) 독식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글로벌 히트를 친 ‘오징어게임’이 1조원 가량의 가치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정작 황동혁 감독이 추가로 배분받은 수익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저작권법상 저작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가진다. 저작인격권은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양도할 수 없지만, 저작재산권은 일부나 전부를 양도 가능하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사에 제작비와 제작비 총액 15% 내외 선지급 한 뒤 향후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독식할 수 있었던 것도 현행법상 콘텐츠 제작사로부터 저작재산권을 합법적으로 양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작재산권을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 별도의 특약으로 제외하지 않는 한 파생상품 등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같이 양도된다는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으로 추후 발생하는 영상콘텐츠에 대한 추가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민식 교수는 ”창작자들은 자신의 권리가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며 ”또 법제 개선을 통해 플랫폼사업자의 계약관계를 투명화하고 향후 제작사가 흥행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콘텐츠에 대해 투자하고 있고, 해외 진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글로벌 플랫폼의 장점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적재산권 독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랫폼사업자와 제작사가 함께 수익배분 방식을 논의해 나가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경진 담당은 ”OTT는 가입자가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월정액 모델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며 ”제작사에 추가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플랫폼사업자 입장에선 ‘이제야 이익이 나는 구간인데’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트래픽 이상이면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모델 등 플랫폼 사업자와 제작사가 함께 논의해 새로운 수익모델들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수익배분 문제가 한 순간에 정리되지는 않겠지만 논의 시작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제작사 측에서 정부의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부진한 점이 언급됐다. 또 투자하는 콘텐츠의 장르가 한정적인 부분도 지적됐다. 현재 다큐멘터리와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성 위매드 부사장는 ”콘텐츠는 최근 산업으로 인정받았다. 산업이 됐다는 건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수혜를 받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쉽고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된다면 콘텐츠 사업이 더욱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허주민 스튜디오WA 대표는 “콘텐츠의 가치 발현을 위해 중요한 건 창작자가 어떤 환경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냐다”라며 “창작자들은 이 가치를 위해 오롯이 노력하고 있지만 가치에 대한 인정을 받고있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콘텐츠 모험투자 펀드는 실패할지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펀드인데 수익을 만드는데만 집중해선 안된다“며 ”새로운 콘텐츠의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선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투자하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콘텐츠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결국 정부와 제작사, 플랫폼 사업자 간 상생을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김연성 부사장은 “콘텐츠 산업이 지속가능 하려면 결국 상생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토봉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콘텐츠를 주관하는 부처들을 통합하고 중장기적으로 콘텐츠 관련 문제를 계속 논의하면서 법제화시킬 수 있는 TF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허주민 대표는 “누가 먼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냐에 따라 제작사와 창작자가 그 플랫폼을 신뢰하기 시작하고, 그 플랫폼과 같이 갈 수 있는 방향성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사들이 지난 30년간 가져왔던 ‘우리가 아니면 이 콘텐츠를 어디다 송출할거야’라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제작사도 플랫폼만 탓할 것이 아니라, 분명히 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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