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국가전략기술과 6G 등 네트워크 경쟁력 선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지원 등 대체로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춘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2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수위는 다음달 초 중으로 각 분과별 국정과제 제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국내 ICT·미디어 산업과 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지난 21일 AI와 6G 중심의 국가전략기술 수립을 먼저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글로벌 기술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인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해,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장기 기술개발 및 핵심인력 확보 등의 추진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성중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지난 20일 열린 국내 ICT 전시회 ‘월드IT쇼’에서 국정과제로서 메타버스와 6G, 시스템반도체를 지목하며 “여러 기업이 힘을 합치고 국가가 밀어주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6G와 같은 네트워크 인프라 확충의 연장선으로,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는 최근 통신3사와 정부가 대치 중인 5G 주파수 추가할당 논란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파수가 현재 논란의 5G 품질과 직결되는 데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위해서는 5G 전국망 고도화 및 6G 선점이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오갔다.
국가전략기술의 최종 선정은 새 정부에서 민관 합동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초격차 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원전, 수소, 5G·6G)과 ▲미래 전략기술(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AI·모빌리티, 사이버보안)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미디어 부문에서는 국내 OTT 진흥이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대형 OTT사들에 맞서 국내 OTT 업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OTT의 해외진출을 돕고, 해외 OTT들의 규모의 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 등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OTT 지원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OTT 정의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를 통과하면서 5부 능선을 넘었다. 신흥 서비스인 OTT은 그간 명확한 법적 지위가 없어 정부의 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수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민간OTT 통합방안’은 국정과제 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과 기업간 물리적 통합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해석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OTT들간에 간접적인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방안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장 관건이 될 미디어 거버넌스는 막판까지 여러 논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과 OTT 업계는 대통령 직속 미디어·콘텐츠 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전달한 참이다. 그동안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소관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미디어 전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ICT 사안들을 개별로 각각 보기보다 전체 산업 생태계를 키운다는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당선인의 기조인 규제완화와 민간주도가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잘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