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5세대이동통신(5G)을 지원하는 50만원대 중저가폰 출시로 주춤했던 5G 가입자 수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신3사 역시 동반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3사도 단말기에 걸맞은 중저가 요금제를 마련해 소비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G 중저가폰 출시에 통신3사 ‘수혜’…올 상반기 가입자 2400만명 ‘전망’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출시될 삼성전자의 갤럭시A53와 애플의 3세대 아이폰SE가 5G 가입자 수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프리미엄급 성능까지 갖춰 시장의 큰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달 1일 출시하는 갤럭시A53은 카메라에 방점을 뒀다. 광학손떨림방지(OIS)를 지원하면서 전후면에 총 5개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저장공간도 128기가바이트(GB)로 넉넉하다. RAM은 8GB로 영상을 보거나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는 데 무리가 없다. 가격은 59만9500원이다.
전작에서 사양 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애플은 3세대 아이폰SE에서 프로세서에 힘을 줬다. 무려 프리미업급 모델인 아이폰13 시리즈와 같이 A15바이오닉칩이 탑재됐다. 애플 특유의 심플하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4.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한 손에 들어오는 컴팩트한 사이즈도 장점이다. 출시일은 오는 25일이며, 가격은 59만원이다.
이 같은 프리미엄급 스펙의 중저가폰 출시에 힘입어 5G 가입자 증가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갤럭시S22 시리즈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으로 이어가지 못한 흥행을 중저가폰이 만회한다면 올 상반기 5G 가입자 수는 2400만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최근 공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5G 가입자는 1월 말 기준 2156만6928명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약 60만명 증가한 수치다. 지난 5개월 간 5G 가입자 수는 ▲2021년8월 1780만47명 ▲9월 1840만5753만명 ▲10월 1938만970명 ▲11월 2018만9808명 ▲12월 2091만5176명으로, 매달 최소 6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까지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4월엔 2300만명, 6월엔 2400만명을 쉽게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5G 가입자 증가에 따라 통신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역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5G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한 2021년 통신사들의 무선 ARPU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무선 ARPU는 SK텔레콤 3만740원, KT 3만2356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6%, 2.3% 상승했다. 같은기간 LG유플러스의 무선 ARPU는 3만323원으로, 사물인터넷(IoT) 회선 증가 등의 영항 탓에 2.4% 감소했다.
◆12GB~100GB 5G 요금제 부재…업계 “25GB 요금제 출시 계획 없어”
5G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품질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체감 품질 대비 고가에 형성된 5G 요금제는 통신3사의 과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5G 중저가요금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각 사의 구간별 5G 요금제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10GB(기가바이트·데이터 용량 단위) 5만5000원 ▲110GB 6만9000원 ▲250GB 7만9000원 ▲무제한 12만5000원 등이다. KT는 ▲5GB 4만5000원 ▲10GB 5만5000원 ▲110GB 6만9000원 ▲무제한 8만원 등이고 LG유플러스는 ▲6GB 4만7000원 ▲12GB 5만5000원 ▲150GB 7만5000원 ▲무제한 8만5000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런 현재 3사의 5G 요금제는 1만원 남짓한 차이로 데이터 제공량이 10GB대와 100GB 이상으로 양극화돼 있는 기형적 구조다. 특히 국내 5G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5GB와 맞아떨어지는 요금제는 부재하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월 4만5000원에 5GB, 월 4만7000원에 6GB를 주는 중저가요금제를 선보였음에도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통신3사의 이런 요금제 구조는 지적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다양한 데이터 구간별 요금제가 출시돼야 한다”며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기반한 요금제 출시를 요청했다. 그리고 3사 역시 중저가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중저가요금제 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새로운 요금제 출시를 계속 검토 중이지만 그 형태가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기반한 요금제일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요금제는 전체 고객의 사용 패턴을 반영해 만드는데, 데이터 사용량의 평균값이 이런 패턴을 대변하는 지표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신 고객의 이용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고 업계는 항변한다. 군인이나 학생 등 특정 대상을 겨냥한 요금제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인기 서비스와 결합한 요금제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5G가 사용화된 이후 다양해진 고객의 이용 트렌드에 맞춰 세분화된 요금제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으로 문자나 통화만을 이용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영화를 즐기는 고객들도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사용패턴을 단순히 20GB, 30GB 데이터 제공량으로 나누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30%, 원하는 요금제 못 찾아… 전문가 “정부 중저가요금제 독려 필요”
다만 일각에선 중저가요금제를 내놓지 않은 건 통신3사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중저가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ARPU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소비자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5G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도 조사에서 5G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희망 사항를 묻는 질문에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4%로 가장 높았다. 월 데이터 사용량도 ▲10GB 미만으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39.4% ▲10GB 이상 50GB 미만 사용자가 28.9% ▲50GB 이상 사용자가 31.7%로, 최소 30% 이상의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통사가 25GB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하기 위해선 현재 중저가요금제 가격이 더 저렴해져야 한다”며 “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선 소비자가 해당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서 ARPU 극대화를 위해 일부러 높은 데이터와 요금제를 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통신은 공공재이자 필수재”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통신 요금에 대한 가계부담은 점점 커지는데 합리적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한 요금제를 안 내놓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도 “(중저가요금제를 두지 않는 것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전략일 수 밖에 없지만 서비스 혁신이 그 정도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너무 높은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 없이는 이런 중저가요금제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3사 간 경쟁을 통해 점차 요금을 낮춰나갔던 3G와 LTE 시장과 달리, 5G 시장에선 가격을 낮출 요인이 적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경쟁이 제도를 통해 제한된 가운데 1위 사업자의 가격을 따라 수익성을 최대화 하려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나름대로 매출을 유지해야 하니 모험이 필요한 상품을 내놓고 싶지 않아 한다. 매출 규모를 고려해 요금제를 개발하지, 이용자 혜택을 증대하기 위해 사업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런 부분에서 정부가 개입해 중저가요금제 출시를 지속적으로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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