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5G 주파수 재할당을 놓고 통신3사간 눈치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이어 KT가 주파수 수요제기를 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주파수 재할당 이슈가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서, 결국 속도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5G 주파수 3.7㎓ 이상 대역 할당과 관련한 의견서를 아직 정부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임혜숙 장관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간 간담회가 열린 지난달 17일 이후 각 사업자들에 5G 주파수 추가할당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현재까지 LG유플러스는 5G 주파수 3.4~3.42㎓ 대역 20㎒ 폭, SK텔레콤은 3.7㎓ 이상 대역 40㎒ 폭(20㎒ X 2개)에 대한 할당을 과기정통부에 요청했다. 이어 KT 역시 5G 주파수 수요제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반을 킥오프 해 할당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3사가 모두 수용할 만한 결론이 나올 것인가다. 작년 7월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20㎒ 폭 추가할당을 정부에 신청한 이후, SK텔레콤과 KT는 이것이 인접대역을 가진 LG유플러스에만 유리한 할당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SK텔레콤은 통신3사 모두 공평하게 20㎒ 폭씩 할당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40㎒ 폭 추가할당까지 요청했다.
문제는 KT다. KT는 현재 3.5~3.6㎓ 대역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곳은 SK텔레콤(3.6~3.7㎓)과 LG유플러스(3.42~3.5㎓)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인접대역이 없는 KT로서는 추가 대역을 활용하려면 멀리 떨어진 주파수를 묶는 기술인 주파수집성기술(CA)이 필요하다. 경쟁사들과 달리 어느 대역이든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T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애초에 재할당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다시 반기를 들거나, 아니면 불리하더라도 3.7㎓ 이상 대역에서 수요제기를 하는 것이다. 여러모로 KT가 불리한 상황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KT의 결정을 충분히 반영해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3사 모두 득실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KT가 최대한 ‘시간 끌기’를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적어도 5G CA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SK텔레콤이든 LG유플러스든 주파수 추가할당이 최대한 미뤄지는 것이 KT 입장에선 좋다. 재할당 이슈가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되면서, 인수위 구성으로 바쁜 과기정통부 역시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의견서 제출과 별개로 사업자들과는 꾸준히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면서 “사업자들의 입장을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의견서 제출이 늦어지더라도 연구반 운영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장관 간담회에서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 연구반 결론을 내놓겠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