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신성장동력 발굴 과제에 직면한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며 올해 사업 방향을 예고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전시회 ‘MWC 2022’를 통해 취임 후 첫 글로벌 간담회를 각각 가졌다.
이들 대표가 밝힌 경영 키워드는 각각 ‘글로벌’ ‘디지코(Digico)’ ‘콘텐츠’로 요약된다. 최근 통신사들은 시장 포화에 이른 기존 유무선 사업의 수익성 한계를 깨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로 신사업 전선을 적극 확대하는 추세다.
◆ SKT “2025년 글로벌 매출 10% 목표”
지난해 11월 SK스퀘어와 인적분할 된 SK텔레콤의 수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영상 대표의 경우, 회사의 ‘글로벌’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SK텔레콤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상징했던 주요 신사업들이 SK스퀘어의 이름으로 분할된 현재, 유 대표는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의 새로운 동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놓여 있다.
이에 유 대표는 이번 MWC 간담회에서 올해를 “3대 ‘넥스트 빅테크(Next Big-tech)’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유 대표가 지목한 ‘넥스트 빅테크’란 메타버스, AI반도체, 양자암호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첫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국내에 출시했고, 올 초 자체 개발한 AI반도체 ‘사피온’의 이름을 딴 미국 법인을 SK스퀘어·하이닉스와 공동설립했다. 양자암호 영역에서는 이미 지난 2018년 양자암호기술 기업 IDQ를 인수, 유럽은 물론 북미·아시아 지역에서 양자암호통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MWC에서 SK텔레콤은 이프랜드의 글로벌 버전을 첫 공개, 해외 시장 출시를 예고했다. 또한 AI 반도체의 경우 차세대 후속모델(x330)을 늦어도 내년 초까지 출시해, 글로벌 톱티어(Top Tier)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자암호 사업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일등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다.
◆ KT, 디지코 기업으로의 전환 재확인
구현모 대표는 올해도 ‘디지코’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유무선 사업 중심의 텔코(Telco) 기업에서 디지털전환(DX)을 주도하는 디지코(Digico)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전체 매출 가운데 42%가 디지코에서 발생하는 등 성과가 나고 있다.
구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 “B2B 영역 확장”을 꼽았다. 클라우드·IDC 사업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리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과 같은 AI 인프라에도 적극 투자한다. 그는 “이번 MWC에서 사업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내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사업 확장 의형도 밝혔다. KT는 최근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을 인수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콘텐츠·AI·클라우드 부문에서 전략적 협력 계약(SCA)을 체결했다. 구 대표는 “아시아의 다른 통신사업자와 연합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할 수 있다”며 “MWC에서 콘텐츠 협력 제안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 LGU+, XR콘텐츠로 글로벌 수출 확대
황현식 대표의 키워드는 ‘콘텐츠’다. 증강·가상현실(AR·V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XR) 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0년 9월 세계 첫 5G 콘텐츠 연합체로 출범한 ‘XR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사를 일찌감치 맡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통신사 다수가 참여하는 중이다.
실제, 황 대표는 이번 MWC에서 자인·셀콤·보다폰 등 글로벌 이동통신사 및 퀄컴 등을 만나 콘텐츠 사업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중동 대표 다국적 통신사업자인 자인을 비롯해 오만 1위 통신사 오만텔과도 XR콘텐츠·솔루션 협력을 약속했고, 말레이시아 3위 이동통신사인 셀콤과는 K-POP 중심의 실감형 콘텐츠 공급을 논의했다. 황 대표는 “콘텐츠 중요성이 더 크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CCO(최고콘텐츠책임자)를 외부에서 모셨고, 그를 중심으로 기존 콘텐츠가 아닌 테크놀로지 베이스의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면서 “콘텐츠를 먼저 하고 있지만, 추후 U+아이돌라이브 같은 플랫폼 수출까지 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도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