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G이노텍이 신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가운데 고객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타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유지 중인 애플이 최우선 공략 대상으로 꼽힌다. 애플이 자체 PC 프로세서 물량을 늘리고 있어 LG이노텍에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애플 ‘M1’용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를 공급하고 있다. 작년 출시된 ‘M1프로’와 ‘M1맥스’용 기판도 납품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M1 시리즈는 애플이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직접 설계한 시스템온칩(SoC)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하나로 묶은 반도체다. FC-BGA는 인쇄회로기판(PCB)의 일종으로 CPU, GPU 등 고성능 컴퓨팅(HPC) 제품 패키징에 쓰인다.
그동안 FC-BGA 분야는 일본 이비덴·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난야 등이 장악해왔다. 최근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FC-BGA 시장은 급성장세다. 현재 반도체 기판 공급난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방산업이 호황을 누리자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등 국내 업체도 FC-BGA 사업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기와 대덕전자가 각각 1조원, 4000억원 내외 투자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이전부터 고밀도회로기판(HDI)과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 수익성이 떨어진 품목을 정리하고 FC-BGA 위주로 반도체 기판 부문을 재편했다. 결과적으로 애플과 거래를 트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애플은 M1 시리즈 탑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노트북 ‘맥북에어’를 시작으로 데스크톱 ‘아이맥’, 태블릿 ‘아이패드’ 등에도 투입하고 있다. 올해까지 맥 시리즈 전체에 M1 시리즈를 탑재할 방침이다. 전용 FC-BGA 수주 물량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이비덴 비중이 컸으나 애플은 삼성전기 등 신규 업체와의 거래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FC-BGA 사업을 시작한 LG이노텍도 잠재적 협력사로 꼽힌다.
LG이노텍은 지난 22일 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후 단계적으로 추가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3년 시제품 생산, 2024년 양산 돌입으로 추정된다.
해당 부문 후발주자지만 애플 공급망으로 한정하면 입지가 달라진다. LG이노텍은 최대 아이폰 카메라 모듈 업체로 애플 핵심 협력사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기판 플립칩(FC)-칩스케일패키지(CSP) 등 납품 이력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LG이노텍이 애플용 FC-BGA를 제공할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기본적으로 멀티 벤더를 추구하는 회사다. 특정 협력사 의존도를 높이기보다는 다변화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에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