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SW) 개발자는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어려운(Difficult) 3D 기피 직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되고 싶은 직업군 최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유망해졌다. 정보기술(IT) 업계서는 개발자를 뺏고 빼앗기는, ‘인재 쟁탈전’이 펼쳐지는 중이다.
개발자의 몸값이 오른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졌기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 주된 해석이다. 이에 기업들이 ‘직접 키워서 쓴다’는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SW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수료자 중 일부를 직접 채용하는 채용확정형 SW개발자 양성과정(이하 채용확정과정)이다. 한국SW산업협회가 회원사와 함께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수요 증가로 컴퓨터공학 등 SW 관련 전공자가 찾아보기 어려워진 만큼, 비전공자라도 개발 경험이 있거나 전문교육을 받았다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와 기업의 설명이다.
의아한 점은 현재 채용확정과정 교육생을 모집 중인 기업 다수가 자격요건을 ‘4년제 학사 이상 졸업(예정)자’로 정해뒀다는 점이다. 5개 기업 중 더존비즈온, 현대IT&E, 오스템임플란트, 인피니트헬스케어 등 4개 기업은 4년제 학사 이상 졸업(예정)자를, 이카운트 만이 학사 졸업(예정)자를 요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요건에 따르면 4년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졸업생은 신청할 수 있지만 SW마이스터고나 SW 관련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표기 상의 오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협회 측에 문의한 결과 “교육을 진행하는 기업과 상의해서 결정한 사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수가 아니라 제대로 기입된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채용확정과정을 진행하는 현대IT&E 측은 “채용을 전제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보니 공채 기준에 맞춰서 정했다”고 말했다. 또 “전공자를 우대하긴 하지만 전공자만 뽑는 것은 아니다. 지난 기수의 경우 비전공자가 더 많았다”고도 부연했다.
설명을 들어도 납득하긴 어렵다. ‘고졸자나 전문대졸자도 우대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실리적인 부분이다.
다만 더존비즈온은 4년제 졸업자만 참여토록 한 것은 본의가 아니라고 밝혔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자격요건 4년제 설정은)우리가 의도한 내용이 아니다. 고졸, 전문대졸이라고 해서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회사에 고졸이나 전문대졸, 비전공자 분들 오셔서 활약하는 중이다.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듯한데, 다음 과정 진행부터는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일반 사무직과 달리 SW 개발자는 전문직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전공자를 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공자보다 4년제를 필수요건으로 내세워 SW 개발자를 채용했을 때 기업에 무슨 이익이 있는 걸까. 4년제 학사 비전공자가 고졸이나 2·3년제 전문대학 전공자보다 더 나은 SW 개발자가 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