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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줄 알았는데"…8인치 반도체·LCD·LFP 배터리의 반전

- 코로나19 영향·중국 저가 공세 맞물린 결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분야에서 구식으로 평가받던 기술이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성비라는 강점을 앞세워 고객사의 선택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 단계 위 기술력을 갖춘 업체도 철수를 늦추거나 진입을 시도 중이다. 현재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등 성공한 8인치 반도체=국제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2024년 8인치(200mm) 팹 생산량은 월 660만장에 달할 예정이다. 2020년 대비 95만장 늘어난 수치다.

8인치는 반도체 웨이퍼 크기다. 주요 업체에서는 12인치(300mm)를 주로 사용한다. 웨이퍼가 커질수록 더 많은 칩을 제작할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되기 때문에 TSMC 삼성전자 등은 약 10년 전부터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는 대부분 12인치 팹에서 양산된다.

8인치 라인에 활기가 돋은 건 시스템반도체 분야 성장이 한몫했다.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재다. 단순 물량보다는 여러 종류를 찍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12인치 대비 원가가 낮은 8인치에서 제조하는 게 유리하다.

주로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첨단 공정이 요구되지 않는 제품이 8인치 웨이퍼로 만들어진다. 이들 품목은 비대면(언택트) 생활 확산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판매량 상승으로 수요가 늘었다. 8인치 주력인 대만 중국 한국의 파운드리 기업은 분기마다 실적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TV 패널 90% 이상은 LCD=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상황이 비슷한 듯 다르다.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넘어가는 과도기이지만 LCD 비중이 높은 분야가 아직 많다.

스마트폰에서는 OLED 점유율이 50%를 넘어섰으나 TV, PC 등에서는 LCD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언택트 일상으로 LCD 몸값은 작년 상반기까지 2배 이상 뛰었다.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2019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LCD는 BOE CSOT 등 중국 업체가 장악했다.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영역을 바꿔나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라인 철수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에 일부 공급하는 것을 제외하면 OLED 및 퀀텀닷(QD) 위주로 재편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를 IT용으로 전환해 대응 중이다.

과거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경쟁에서 이겨낸 LCD는 향후 수년간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OLED 시장이 커지고 있으나 당장 LCD를 삼키기는 무리다.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역시 2025년 이후 개화할 전망이어서 LCD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다.
◆테슬라도 선택한 LFP 배터리=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테슬라를 필두로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등 전기차 전문업체와 폭스바겐 포드 GM 등 기존 완성차업체 간 신구 대결이 본격화한 가운데 배터리 제조사는 고객사 주문에 맞춰 생산능력을 증대하고 있다.

주목할 포인트는 배터리 종류다. 니켈 코발트 망간(NCM)을 중심으로 한 3원계 배터리가 대세였으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급부상했다. LFP는 고온 환경에서 취약한 점, 에너지밀도 한계 등으로 사라지는 듯했으나 반전이 일어났다. 테슬라가 채택하더니 벤츠 BMW 폭스바겐 등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영향이다. 안정성과 가격경쟁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LFP가 주력인 중국 CATL BYD 등은 자국 시장에 이어 해외까지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배터리 점유율 1위 CATL은 이를 계기로 글로벌 고객사를 늘려가는 추세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도 LFP 배터리 생산을 고려 중이다. 중저가 시장을 노리는 차원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 양극재 업계에서도 LFP 존재감이 뚜렷하다. 시장 1위는 디나노닉으로 LFP 양극재가 메인인 업체다. CATL 주요 협력사로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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