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8인치 중고장비 싹쓸이 시도…SK하이닉스 참전 - 반도체 장비업계 “12인치 장비 생산하기도 빠듯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이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한물갔다는 8인치(200mm) 웨이퍼 반도체가 부활했다. 20나노미터(nm) 미만 공정 칩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문제는 관련 설비다. 전용 장비가 부족해 생산능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추가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6개월 새 8인치 반도체 장비 가격은 약 30% 올랐다. 품귀 현상으로 몸값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ASML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회사는 12인치(300mm) 반도체 장비가 주력이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고객사가 메인 공정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12인치는 면적이 넓어 미세회로 구현 시 원가절감에 유리하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D램 및 낸드플래시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가 생산된다.
8인치로는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차량용 반도체 등 첨단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만든다. 코로나19 이후로 TV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판매가 늘면서 필요한 반도체 물량이 대폭 늘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 점도 한몫했다.
시장 대응을 위해 UMC VIS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은 ‘8인치 장비 구하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신제품 생산은 소량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고장비 활용 또는 12인치 장비 개조가 대안이다. 반도체 중고장비 업계 1위 서플러스글로벌의 재고자산은 2019년 말 958억원에서 2020년 말 783억원으로 줄었다. 보유한 중고장비가 빠르게 소진됐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제재로 인해 장비 조달 경로가 막힌 중국 업체들이 싹쓸이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8인치 생산능력 2배 증대를 예고했다. 기존 플레이어들에 긍정적인 소식이 아니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2017~2018년까지만 해도 8인치 장비는 끝물이었고 중고거래조차 이뤄지지 않아 고철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던 게 이제는 없어서 못 사는 귀한 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시점에서 장비업체가 8인치 장비 생산을 재개할 가능성은 작다.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고 이미 12인치 시장 대응하기도 빠듯한 탓이다. 특정 제품의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은 1년을 넘어설 정도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하자 8인치와 12인치 반도체 제작이 호환되는 하이브리드 장비를 주문하거나 아예 오버 스펙으로 12인치를 구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8인치 장비가 중고로 나오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겠다고 줄은 선다. 당분간 공급난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