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역대급 실적으로 고조되는 분위기다. 12인치(300mm)는 물론 한물갔다던 8인치(200mm) 반도체 전문업체까지 호조세다. 당분간 파운드리 상승 곡선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8인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23일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2024년 8인치 팹 생산량이 월 660만장에 달할 예정이다. 2020년 대비 95만장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대표적인 업체다. 양사는 8인치 웨이퍼로 반도체를 만든다. 12인치 생산라인은 없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는 8인치에서 12인치로 전환해왔다. 웨이퍼가 커질수록 더 많은 칩을 제작할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TSMC 삼성전자 등은 약 10년 전부터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메모리의 경우 대부분 12인치 팹에서 양산한다.
다만 시스템반도체 성장과 반도체 공급난이 맞물리면서 8인치 팹에 주문이 몰려들었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재다. 8인치 웨이퍼는 12인치 대비 원가가 낮다.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은 첨단 공정이 요구되지 않아 8인치 팹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 대상이다.
8인치 부활로 DB하이텍은 전례 없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8468억원으로 사상 첫 연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현재 수주잔고는 웨이퍼 기준 12만9066장이다. 월 생산능력(13만8000장)과 맞먹는다.
DB하이텍은 증설 계획은 없지만 공장 효율화 증대, 시설 투자 등으로 생산능력을 늘려갈 방침이다.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부지를 일찌감치 확보한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도 긍정적이다. 작년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는 공장 이전 불구 호성적이 기대된다. 이 회사는 국내 청주에서 중국 우시로 생산거점을 이동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면서 파운드리 사업 몸집을 키웠다. 생산능력이 2배로 확대돼 월 17만장 이상을 찍어낼 수 있게 됐다. 향후 우시 공장 추가 투자 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시장에 대해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8인치 반도체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제조단가 상승세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