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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장비업체 울리는 中 '갑질'…"대금 밀리고, 일방적 계약취소"

- 디스플레이·배터리 장비업계, 수천억원 손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고객사를 둔 국내 장비업체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적 개선을 위해 협력이 불가피한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거래를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3일 엘아이에스는 중국 BOE와 체결한 레이저 제조장비 계약 일부를 해지한다고 밝혔다. BOE는 2020년 5월 설비 11대를 주문했다. 엘아이에스 6대를 2021년 4월까지 납품했고 남은 5대 중 3대를 취소 통보받았다. BOE의 공장 레이아웃 변경이 이유다.

결과적으로 엘아이에스가 받게 되는 금액이 470억원에서 340억원 규모로 축소했다. 장비를 어느 정도 만들어놓은 것으로 전해져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 회사는 계약 관련 분쟁에 대해 중국 중재기관 결정에 따를 방침이다.

최근 3년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대형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중국 최대 패널 제조사 BOE를 비롯해 CSOT 티엔마 비전옥스 에버디스플레이 등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내 장비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다.

이 과정에서 현지 업체 갑질이 반복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금 납기가 지연되는 건 당연하고 시간을 끌면서 장비 가격을 깎기도 한다. 이번 사태처럼 일방적으로 계약을 변경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작년 중국 장쑤 인핀테크 옵토일렉트로닉스(이하 인핀테크)는 아예 사라졌다. 인핀테크는 ▲DMS ▲탑엔지니어링 ▲예스티 ▲베셀 등과 2018년 계약을 맺은 뒤 수차례 기간을 연장했다. 2020년 여름부터 공장에 사람이 안 보이면서 사실상 잠적했다. 이들과 비상장사를 포함하면 총 1000억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스에프에이를 비롯한 10개 내외 업체는 지난 2019년 사카이SIO인터내셔널 광저우(이하 사카이)로부터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당시 사카이는 잔금 할인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장비 입고를 늦추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이자 역시 협력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정상적인 계약 이행 시에도 중국 업체는 통상 80% 금액만 내고 10%는 제품 설치 후, 10%는 양산 돌입 후 제공한다. 돈이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성능이 좋지 않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남은 비용은 최소화하려 든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장비 입고 일정도 밀린다. 이렇게 되면 재고 관리 비용이 발생하는 데 이마저도 장비 회사가 책임지도록 한다”면서 “여러 차례 이슈가 있었지만 중국과 거래를 끊으면 당장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타격이 생긴다. 손해를 보면서도 협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터리 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엔에스는 쿤산 주트론과 배터리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2019년 9월3일 계약을 맺었다. 250억원 규모로 전년 매출액의 49.38% 수준이다. 1년 실적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수주였다.

하지만 쿤산 주트론은 2년 동안 3차례 납기 연기를 요청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아 거래를 전면 취소하게 됐다. 회사는 위약금 등을 요청할 예정이지만 받아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업이 단독으로 움직이면 중국 고객사와의 법적 분쟁 등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현지 정부가 눈감아주는 것이 다반사인데다 핵심 인사가 잠적하면 찾아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부와 협회 차원에서 계약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무작정 중국과 거래를 하지 말라고 해서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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