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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계약서 쓰고 “당근?”…업계, 중고거래 실효성 우려


-김상희 부의장,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개정안 발의
-“개인간거래, 모두가 판매자이자 소비자”…업계, 부작용 우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최근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에서 중고거래 분쟁이 증가하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법안 실효성에 대해 업계선 의문을 제기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전날 중고거래 분쟁 해결을 돕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플랫폼이 거래를 중개할 때 일정금액 이상 거래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간이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을 사전 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계약서엔 판매자에 관한 정보, 계약 조건, 매매 금액, 교환·반품 절차 등을 포함하도록 한다.

이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제출 받은 자료 분석 결과 최근 3년간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부의장에 따르면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2021년 3847건으로 2019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한 건수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3년간 접수된 총 5288건 조정 신청 중 당근마켓은 1899건으로 가장 많은 35.9%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실제 이러한 법안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개인 간 거래(C2C)에서 강제성이 없는 간이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분쟁조정 건수가 줄어들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이 절차상 계약서를 쓰도록 만들 수는 있겠지만 분쟁 조정은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에서 한 명이라도 거절하게 되면 성립되지 않는다”며 “계약서가 생긴다 한들 한쪽(판매자)에서 거절할 경우 분쟁 조정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법안은 최근 커져가는 C2C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로도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 개인에게 사업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하면 현재와 같은 활발한 중고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권혁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외협력팀장은 “새롭게 등장하는 C2C 트렌드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며 “다수가 이용자이면서 판매자인 개인 간 거래는 자원의 선순환 등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가 돼가고 있는데 계약서 작성은 이를 상업적 목적으로만 바라본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분쟁과 소비자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정부와도 협력하는 상황에서 계약서 의무를 개인에게 부과하는 건 판매자 뿐 아니라 중고거래 이용자 전반에 비현실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상희 부의장이 내놓은 개정안 주요 내용은 ▲ 중고거래플랫폼을 ‘전자개인거래중개사업자’로 정의하고 전자거래법 소비자 보호에 관한 17조 조항을 준수하게 한 것과 ▲ 전자개인거래중개사업자가 일정 금액 이상 거래에 대해 간이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 ▲ 계약서에 판매자에 관한 정보, 계약 조건, 매매 금액, 교환·반품 절차 등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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