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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韓 반도체·배터리 해외 진출 ‘웃픈’ 이유

-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일자리 유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달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투자를 확정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21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일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다.

미국은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데이터센터 공룡들이 즐비한 곳이다. 삼성전자는 현지에 첨단 시설을 구축하면서 고객사 확보가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번 신공장 설립의 배경이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 주민에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2000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간접적으로 8500여명 고용이 예상된다. 이는 테일러시 인구(1만7000명)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표면적으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다. 다만 조금 비틀어보면 국내에 수천 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던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2020년 제조업 분야에서 해외로 유출된 일자리가 49만개를 넘어선다. 지난해는 7만개를 돌파하면서 연평균치를 웃돌았다.

이러한 추세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국에서 자국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준비하면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선 영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객사 확보와 더불어 미국 등 압박에 따른 국외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반도체만큼 투자가 활발한 산업은 배터리다.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는 증설 경쟁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배터리 업계 투자가 중국 유럽 미국 등 완성차업체 본사 또는 공장 근처로 쏠린다는 부분이다. 국내 배터리 3사도 3개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확장 중이다. 국내 생산라인 확대는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폴란드 헝가리 중국 미국 공장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사가 고객사를 따라가듯 소재 및 장비 협력사도 해외 진출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특히 양극재 동박 등 배터리 소재 기업이 적극적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일자리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기업은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 지상과제다. 실익이 크다면 해외로 나가는 결정이 당연하다. 결국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각종 인센티브 제공으로 국내 투자를 유도해야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및 공급망 차질 등 외부 변수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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