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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美中 줄타기' 계속…삼성 이어 SK 미국행 [IT클로즈업]

- 미국 직접 챙기는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
- 삼성전자, 20조원 규모 美 파운드리 공장 설립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중 패권 다툼 최전선에 반도체가 놓였다. 주요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두 나라의 편 가르기 속에서 곡예를 펼치고 있다. 양사가 연달아 미국 시장 강화에 나서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SK하이닉스는 2022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미국’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회사는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실행할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직은 최고경영자(CEO)인 이석희 사장이 이끈다. 이 사장은 인텔 출신으로 미국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인물이다. 앞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미주 연구개발(R&D) 조직도 만들었다. 낸드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파트너십 만드는 차원이다.

이번 결정의 표면적 이유는 낸드 분야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만을 고려한 판단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 IT 공룡들이 즐비한 곳이다.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사들이다. 작년부터 미국이 자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나선 만큼 현지에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미국보다는 중국에 집중했다. 중국 우시에 D램 및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두고 있으나 미국에는 생산 시설이 없다. 미국이 세 차례 반도체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업계에 반도체 정보를 요구하는 등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로서는 움직임이 필요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극자외선(EUV) 장비 등 핵심 설비의 중국 반입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 마당에 SK하이닉스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이 직접 미국을 챙기면서 적절한 줄타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자료에서 “본사가 있는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은 SK하이닉스 운영과 비용 지출의 핵심이 되는 지역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공급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중국 달래기에도 나섰다. SK그룹 중국사업 담당 서진우 부회장이 최근 우정롱 장쑤성 성장과 회동하면서 “장쑤성은 중국에서 SK그룹의 가장 중요한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미국과 중국에 각각 투자를 단행한다. 올해 중국 시안 낸드 2공장 투자를 마쳤다. 지난달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메모리에서는 중국, 시스템반도체에서는 미국이 최대 고객이다. 각 수요에 맞는 생산라인을 현지에 구축하는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국내 기업에 결정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 “단순히 기업 간 문제가 아닌 국제 정서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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