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윈도11이 출시됐지만 은행권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를 새로 출시하면 요란하게 호환성 확보에 나서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권에선 MS가 새로운 운영체제와 브라우저를 선보일 때 마다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 2009년 10월 MS가 윈도7을 선보였을 땐 당시 국내 시중 금융기관 중 15개 기관이 호환성을 확보했으며 아직 확보되지 못했던 6개 금융 기관 역시 출시 1개월 안에 호환성을 확보했다.
마찬가지로 2012년 윈도8이 출시됐을 때도 금융권을 비롯해 주요 기업의 90%가 출시시기에 맞춰 윈도8에 대한 호환성을 확보한 바 있다. 윈도10이 출시됐을 때는 인터넷 뱅킹에 있어 필수적이었던 ‘액티브X’ 지원을 종료하면서 또 한 차례 혼란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주요 이슈였다.
하지만 윈도11 출시 이후 이렇다 할 호환성 확보 노력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인터넷 뱅킹 시스템 구축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 뱅킹이나 개인 뱅킹 쪽에는 크게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다만 윈도11이 지금 릴리즈되는 시점에서 은행들이 특별히 준비하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기상으로 기존 뱅킹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수행될 경우 윈도11 호환성 확보 노력 등이 감안되겠지만 아직까지 관련 사업에 대한 요구가 은행권에서 들어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윈도10에서 수행되던 앱의 99.9%가 윈도11에서 수행된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의 고객을 위해서라도 쉽게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은행의 보수적인 서비스 지원 방식을 고려하면 이번 은행들의 행보는 다소 의아하기도 하다.
관련업계에선 디지털 뱅킹 영역이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뱅킹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은행권의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1년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인터냇뱅킹 등록고객수는 1억7037만명(18개 은행 중복 합산)으로 전년말 대비 7% 증가했다. 이 중 모바일뱅킹 등록고객수는 1억3373만명으로 10.6% 늘었다. 특히 인터넷뱅킹 중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이용 비중은 77.55%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터넷뱅킹 중 PC기반 뱅킹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트랜잭션으로 보면 스마트폰 뱅킹이 압도적이며 고객 민원도 여기서 제일 많이 발생한다"며 "아직 기업뱅킹, 거래 금액면에선 PC기반 인터넷 뱅킹의 중요성은 높지만 고객 대응 차원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