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올해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반복되는 통신사들의 단통법 위반 행태를 해소하기 위해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지난 5일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통신사들의 장려금 차별 지급을 막기 위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의원은 “장려금이 차별적으로 지급될 경우 이용자 차별뿐만 아니라 휴대폰 판매점간의 공정한 경쟁도 해치게 된다”며 “통신사가 임의로 유통채널을 차별해서 장려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단통법은 부당한 지원금 차별에 대해서는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판매자가 받는 장려금에 대해서는 뚜렷한 규제가 없다. 허나 일선 유통망에서는 판매수수료인 장려금을 가입자에게 불법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통신사가 집단상가나 폐쇄형 온라인 밴드 등 소수 채널에만 과도한 장려금을 몰아주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 불법지원금 지급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세 판매점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장려금을 지급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다.
양 의원은 “일명 성지 판매점에서 정가 140만원 아이폰을 68만원에 팔고 있더라”라며 “방통위에서 장려금은 3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기준선을 뒀을 텐데 통신3사가 기준선을 넘나들며 불법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통신사가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건 아닌 걸로 안다”면서 “과도한 장려금은 이용자들간 지나친 차별을 초래하고 통신사들의 마케팅비 지출이 곧 요금을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계속 지켜보며 단속하겠다”고 했다.
통신사들의 단통법 위반 행태가 계속된 데는 방통위의 솜방망이식 처벌도 한몫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행 과징금으로는 통신사업자의 불법행위를 막을 제재수단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단통법 준수보다는 위반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7~2021년) 단통법 위반·과징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매년 단통법 동일조항 위반으로 과징금을 내고 있으나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예상매출액 대비 과징금이 2017년 매출액 대비 2.7%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1.4%까지 감소한 실정이다.
단통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은 ‘단말기유통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 따른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세부기준에 따라 수억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감경이 위원회 의결과정에서 변경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5G 불법보조금 의결 당시 방통위 사무처는 위원회에 30%, 40% 감경안을 보고했으나 의결과정에서 ▲통신3사가 5G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 ▲신종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리점과 중소협력업체에 대해 하반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45%로 감경을 상향했다.
변 의원은 “최대치만 규정해놓은 현행의 감경률은 방통위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단통법 위반으로 인한 사실조사에 따른 과징금 부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올해 과징금부터 관련 고시를 개정해 엄격한 기준으로 통신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도 단통법 위반 논란으로 의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쿠팡이 ‘로켓 모바일’로 단통법상 대리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방통위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공시지원금 항목을 지키지 않았다”며 “카드 할인 등까지 더해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휴대폰 판매시 유통점에서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내로 한정돼 있다.
정 의원은 또 “기존의 가이드라인 위반 사항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시고 필요하다면 통신 대리점에서 철수하라”며 “이는 골목상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통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는 “말씀하신 사업에 대해 방통위에서 조사 중으로, 필요한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법 위반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