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인터넷TV(IPTV)3사와 CJ ENM 간 분쟁을 비롯해 유료방송시장에서 플랫폼과 콘텐츠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CJ ENM은 콘텐츠 제값을 받겠다며 IPTV3사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와는 5억원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같은 논란이 궁극적으로 해소되려면, 근본적으로 저가화된 요금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진>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합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미디어 정책 재설계‘ 세미나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모든 갈등은 유료방송 저가 요금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낮은 프로그램 이용료는 콘텐츠 투자 위축을 가져오고, 이는 콘텐츠 품질 및 다양성 하락, 이용자 불만족,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특정 채널 이용료를 인상하면, 경쟁력이 낮은 채널 수익성이 저하되는 제로섬 게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요금인가제를 완화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확대해야 하고, 프로그램 제작비가 프로그램 가격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저가 요금은 콘텐츠 사업자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시장 구조를 유지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끼워팔기 전략을 채택해 양질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줄어들게 한다”며 “현재 APRU 기준으로는 제로섬 게임으로 PP와 플랫폼은 끊임없이 갈등해 블랙아웃까지 초래하고, 양질의 콘텐츠 산업 발전은 어려워진다. 요금인가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 교수는 미국 유료방송시장을 예로 들었다. 미국 컴캐스트 등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이 프로그램 사용료에 지출하는 비중은 60~70%에 달하며, 핵심 콘텐츠 사업자는 지난해 2분기 기준 총 매출액 중 콘텐츠 이용료 비중이 43~73.3%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체 채널 대가의 18.3%를 차지하는 ESPN은 가입자당 가격은 7~8달러 정도로 높게 채택했으며, 지상파 4대 채널 또한 재송신 요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전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매출 대비 이용료 배분 기준은 영화산업 부율을 고려해 50~55% 기준으로 설정하되, 시장 경쟁 구조와 제작비 및 접근 규모 대비 이용료 기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협상력을 기준으로 볼 때 콘텐츠 사업자의 안정적인 투자와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선계약 후공급 원칙을 적용하고, 중소PP에 대해서는 선계약 후공급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