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 신고를 앞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신규상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4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빗썸만 신규상장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거래소들은 7월 이후 신규상장을 하지 않는 등 한동안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신규상장 건수를 대폭 줄였다. 신규상장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이전보다는 극히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게 거래소들의 입장이다.
◆‘뚝’ 떨어진 주요 거래소 신규상장 건수
우선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원화마켓에 신규 가상자산을 상장한 적이 없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꾸준히 신규상장을 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달라진 조치다.
신규상장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코인원도 4월부터 매달 절반씩 상장 개수를 줄여왔다. 원화마켓 기준으로 4월에는 8개, 5월에는 4개를 상장했으며 6월에는 2개를 상장했다. 지난달인 7월에는 한 개도 상장하지 않았다.
코빗도 마찬가지다. 6월에는 4개를 상장했으나 지난달에는 한 개도 상장하지 않았다. 고팍스도 신규상장은 지난 5월이 마지막이다.
주요 거래소 중 가장 활발하게 신규상장을 추진하는 곳은 빗썸이다. 3일에도 원화마켓에 뉴메레르(NMR)를 상장했다.
하지만 빗썸마저도 상장 자산 수를 대폭 줄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 원화마켓 기준으로 빗썸은 무려 16개의 신규 가상자산을 상장했다. 반면 지난달에는 3개로 개수가 크게 감소했으며 이달 들어 1개를 상장했다.
◆상장기준 정비해 공개…금융당국 눈치에 더욱 신중해져
거래소들의 이 같은 방침에는 상장 자산에 대한 규제당국의 관리감독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상장 기준을 정비해 다시 공개하다 보니 신규상장에도 더욱 신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은행연합회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위험을 평가하는 ‘평가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정부가 아닌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것이지만 은행연합회는 FIU(금융정보분석원), 즉 정부의 관련 규정을 고려해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평가방안에 따르면 신용도가 낮은 가상자산이 많을수록, 상장된 가상자산 수가 많을수록 자금세탁 위험이 가중된다. 특금법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는 거래소 입장에선 신규상장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제대로 된 기준은 없으나, 만약 신규상장을 하더라도 신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는 가상자산을 상장해야 한다. 또 가상자산 수가 많을수록 위험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므로 오히려 상장된 가상자산 수를 줄여야 하는 형국이다.
이에 거래소들은 상장 절차 및 기준을 공개했다. 기존에 공개해둔 기준도 다시 정비한 뒤 더욱 상세하게 공개하는 식이다. 신용도가 낮은 가상자산을 상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일례로 코인원은 지난달 상장 및 상장 심사에 관한 상세 과정을 공개했다. 반기마다 상장 유지심사를 진행한다는 정보와 함께 유의종목 선정 기준 등도 상세히 밝혔다.
코인원 관계자는 “공개한 기준에 맞춰 상장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더욱 신중하게 신규상장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비트나 빗썸도 상장 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상장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을 ‘상장 사기’라고 칭하며 제보를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신규상장을 안한다는 방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며 “상장 심사는 계속 하고 있으나, 공개된 기준에 맞춰 상장하다 보니 예전보다 신중할 순 있다”고 전했다.
특금법 상 영업신고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상장을 덜하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영업신고 기한이 9월 24일까지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거의 모든 인력이 영업신고에 투입됐으며, 공격적 상장을 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주요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은 특금법 영업신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상장 건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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