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 명시한 역외적용 규정에 대해 국제사법상 충돌될 여지가 있으므로 부적절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5일 서울 강남구에서 ‘제3회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세미나’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기반 거래와 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3월 내놓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하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입법 예고를 마친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전상법 개정안은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는 역외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국내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대규모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이로써 개정안은 해외직구와 같은 국제적 소비자 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발제를 맡은 김현아 박사는 그러나 한국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한 적이 없는 해외 온라인플랫폼을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 구매를 한 경우에도 역외규정을 적용해 책임을 물릴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제사법상 소비자는 위와 같은 ‘능동적 소비자’가 아닌 ‘수동적 소비자’를 뜻하는데, 전상법 개정안은 소비자의 능동성과 수동성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헝가리어를 할 줄 하는 국내 소비자가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헝가리 사업자의 온라인플랫폼을 방문해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약관에 의해 준거법으로 헝가리법을 지정했다고 가정해보자”며 “이 경우 사업자는 단순히 광고만을 게재하고 소비자가 접속할 수 있는 수동적 웹사이트를 개설했을 뿐 ‘한국을 향해’ 영업활동을 한 바 없으므로 국제사법으로는 적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따라서 전상법 개정안에서 역외규정을 삭제하되, 구체적으로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 해외사업자의 기준을 마련해 당사자를 규정하고, 그 집행을 위해 국내대리인을 두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상법 개정안이 현행법에 비해 거래당사자가 누구인지 소비자 오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플랫폼의 개념을 ‘중개 서비스’라는 기능에 맞춰 보다 명확하게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상법 개정안은 입점업체의 고의·과실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연대책임’을 묻는 것이 골자다. 반대로 현행 전자상거래법이 규정하는 거래당사자 고지의무(‘통신판매중개자는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삭제됐다.
이어 발제를 맡은 황원재 계명대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현행법에 비해 당사자의 오인 가능성만 높여 버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거래당사자 고지의무는 삭제하면서 입점업체와의 연대책임을 강화한 것은 ‘중개자’로서 온라인플랫폼의 역할을 모호하게 하고, 특히 소비자들 입장에서 거래 책임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오인하게 되는 문제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거래당사자에 대한 오인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는 플랫폼 시장 자체의 위험을 충분히 고려, 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할 책임을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에게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석동수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석 과장은 김 박사의 역외적용 문제점에 대해 “역외적용은 해외사업자와의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 해외사업자에 대한 전상법 가능성을 명확히 적용 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히면서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는 해외사업자와 국내 소비자간 거래에까지 전상법을 적용토록 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거래당사자 고지의무 삭제와 관련해서는 “고지 의무는 계약당사자 확정 및 플랫폼의 역할과 관련된 기본적 의무로, 유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