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위원회든, 독임제든 아니면 부 밑에 독립적 위원회를 설치하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병렬적 관계를 새롭게 수립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보통신기술(ICT) 및 미디어 분야의 정부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던 ICT와 미디어 분야 정부 거버넌스는 정권 교체 때마다 개편 등 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4차산업혁명 추진, 글로벌 플랫폼 및 온라인동영상(OTT) 사업자들의 성장, 상대적으로 전통적 미디어의 부진 등이 겹치면서 미디어 정책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주장이 커지고 있다.
16일 미디어미래연구소 주최로 차기정부 ICT 정책 아젠다'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특정 기조연설 없이 포럼에 참여한 8명의 교수들이 차기정부가 해결해야 할 5개의 ICT 정책과제를 선정해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참여한 교수들은 정부의 ICT 거버넌스 개편을 주요 아젠다로 꼽았다. 8명 교수 중 5명이 미디어 및 ICT 분야 거버넌스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급격한 ICT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의 효율적 집행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ICT 관련 이슈들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데 급작스런 정치상황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현재에 이르렀다"며 "그 결과 현 정부 들어 ICT를 둘러싼 관련부처간의 불협화음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OTT 등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의 혼선과 실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 교수는 "중첩된 기능을 조정하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디어 분야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며 "독임제(과기정통부)와 합의제(방통위) 기구의 기능과 성격을 고려한 재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천일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위원회된 구조로 미디어 정책의 효율적 기획과 실행이 상실됐다"며 단일 정부부처로의 통합이 우선시 되며 현재 구조로 유지할 경우 효율적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희 한양대학교 교수도 "정보통신 기술 및 전자상거래, 미디어 부문에 관련된 정책 거버넌스를 통합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보통신-미디어 연관 법제의 통합 및 재정비를 담당하는 정부부처 및 하위 공공기관의 재배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최영묵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보다 구체화된 거버넌스 체계를 제시했다.
그는 "미디어 정책을 총괄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를 신설하고 방통위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미디어부는 각 부처의 관련 업무를 이관 및 통폐합해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학교 교수 역시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는 규제체계 뿐 아니라 규제기구에 대한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며 "디지털, 인터넷기술, 산업분야라는 전문성과 효율성, 정책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독임제 기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거버넌스 개편 이외에 교수들은 ▲초연결 정보고속도로 구축 ▲통신경쟁정책 재점검 ▲합리적 통신요금 규제방안 마련 ▲미디어 관련 규제제도 재정비 ▲통합미디어법 제정 및 정보통신연관법제 정비 ▲방송개념 재정립 등을 주요 정책 아젠다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