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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이베이코리아 매각은 시작일 뿐

e커머스 서열 변해도 특색 갖춘 업체들 경쟁력 지속될 것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롯데와 신세계 2파전으로 형성되는 모습이다. 전통 유통기업 강자인 양사는 관련 분야에서 늘 1·2위를 앞다퉈왔다. 하지만 e커머스 업계에선 그 영향력이 약했다. 이번 인수전 승자는 e커머스 점유율 3위 이베이를 잡고 네이버·쿠팡과 본격적인 승부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e커머스 신흥강자들과 기존 유통 강자의 싸움은 가장 흥미로운 경쟁구도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 희망 매각가는 5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데 반해 롯데와 신세계는 3~4조원대 입찰을 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최종 결과에 따라 양측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가 e커머스 매물 중 실상 마지막 ‘대어’로 언급되는 데다 조 단위 인수전으로 진행되는 만큼 업계 안팎으로 주목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 내 서열도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이번 인수전이 생각보다 빠르게 끝난다 할지라도 이후 경쟁구도가 거물들의 싸움으로만 국한되진 않을 전망이다. 다른 e커머스 업체들 역시 절대적인 점유율이 낮지만 고유 특색을 만들며 경쟁력을 갖춰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e커머스 전체 거래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고객을 뺏어오기보단 신규 판매자·소비자 유치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검색 플랫폼 등과 달리 커머스 특성상 소수 기업이 독과점 형태를 갖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4~5년 전 출혈경쟁을 겪으며 몇몇 업체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백화점·아울렛·편의점 등을 찾는 상황이 다른 것처럼 온라인 시장에서도 개별 취향 및 목적에 맞춰 각 플랫폼을 찾는 수요가 존재한다. 무신사·오늘의집·파우더룸 등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커머스 업체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e커머스 업체들이 다양한 영역으로 상품을 확대하면서 버티컬 앱 역시 e커머스 차별화 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패션 앱 브랜디가 육아 전문 쇼핑 앱 ‘마미’를 론칭한 것이 그 예다. 특정 카테고리만 모아 전문적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시장에선 목적 소비를 하는 비중이 더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 브랜드만 잘 구축해놓으면 이러한 전략이 통한다.

11번가와 위메프, 티몬 등 기존 e커머스 업체들도 충분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을 본격화하면 그동안 해외직구가 귀찮거나 어려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소비자들을 단번에 잡을 수 있다. 티몬도 타임딜 성격을 내세우며 확실한 색깔을 갖춰가고 있다. 위메프는 다시금 늘어나는 여행·공연 수요를 위해 ‘W여행컬처’ 앱을 론칭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출혈경쟁을 몸소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수익실현과 외형성장 속도를 맞춰가며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베이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와 신세계는 매물을 경쟁사가 가져가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상황일 터다. 하지만 경쟁 상황을 이번 인수전으로만 시야를 좁혔다간 다른 업체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을 간과하게 된다. 혹여 이베이 인수가 실패로 끝났을 시 이들보다 입지가 더 약해질 수도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승자도 패자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베이 인수 후 시너지를 내는 방안 외에도 독자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갖춰야할 차별화 서비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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