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연말까지 28GHz 1만5000국 사실상 불가능 -국회, 28GHz 정부정책 전면 재점검 요구 -28GHz 상용화한 미국 버라이즌도 중대역으로 전략 선회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올해 상용화를 예고한 5G 28GHz 주파수 대역이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28GHz 대역은 LTE보다 20배 빠른 5G 속도로, 기업(B2B) 분야 융합 신산업 발굴에 획기적인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아직 기술‧산업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아 당장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주파수 할당 때 약속한 의무구축 기간이 연내 도래하지만, 통신사는 이렇다 할 사용사례를 찾지 못한 채 구축만 미뤄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주파수 회수까지 감내해야 한다.
이에 국회는 5G 28GHz 주파수 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정부는 통신사 부담을 완화하더라도 28GHz 구축을 지속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8GHz 5G 이동통신 구축 활성화 전담반(TF)을 발족하기도 했다.
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 이어 임혜숙 장관 후보자까지 28GHz 통신3사 공동구축안을 내놓았다. 기존대로라면 통신3사는 연말까지 각사별로 1만5000국씩 총 4만5000국 28GHz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공동구축을 허용해 통신사 부담을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신업계는 연내 통신사당 28GHz 5000국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신3사가 지난 3월말까지 구축 완료한 28GHz 기지국 수는 91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 기지국 의무구축을 점검하고, 통신사 미이행 때 주파수 할당 취소까지 가능하다. 통신사가 주파수 회수를 피하기 위해 기지국만 일단 할당량에 맞춰 설치하는 등 시늉을 보일 수는 있지만, 의미 있는 상용화는 당장 불가능한 실정이다. 차라리 주파수를 회수하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8GHz 공동구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8GHz는 초고주파 대역이라 속도는 높지만 직진성이 강해 도달거리가 짧고 커버리지가 작다. 장애물을 통과할 때 손실도 크다. 이에 소비자(B2C)보다 스마트팩토리 등 기업(B2B) 시장에서 쓰임새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공동구축을 하려면 소비자 대상으로 기지국을 깔아야 한다. 현재 출시된 28GHz 단말도 없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28GHz 주파수 공급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받았고, 소비자(B2C)용으로 쓸 것처럼 계획했다. 28GHz 대역은 B2C로 쓸 수 없다”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의원은 잘못된 28GHz 정책에 통신사,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부담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활성화 대책이 아닌 재점검을 요구하는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변 의원은 “단말 공급도 안 되는데, 28GHz를 왜 깔아야 하느냐”라며 “사업계획서를 냈으니 구축하라고 하는데, 오히려 소비자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이 잘못됐으면 수정해야 한다. 28GHz 활성화 대책을 하고 있는데, 활성화가 아닌 재점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28GHz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상용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지국 근처에서만 높은 속도를 보이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소비자용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28GHz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버라이즌조차 C밴드 주파수 경매에 참여해 455억달러(한화 약 51조원)를 투입했다. C밴드는 한국 3.5GHz 대역과 같은 중저대역을 의미한다. 지난 2월 발표된 미국 5G 중저대역 주파수 경매는 역대 최대 낙찰가 809억달러(한화 약 91조원)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28GHz 상용화가 쉽지 않은데, 기지국 투자를 계속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느냐”라며 “사실상 계륵으로, 정부가 28GHz 상용화한다는 약속 때문에 억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 3.5GHz 대역으로 전국망 서비스를 완벽하게 하고, (28GHz 대역은) B2B 서비스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제조업체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장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게만 특화망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문제”라고 부연했다.
한편, 임 후보자는 28GHz 기술과 서비스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까지 지켜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