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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모의실험하는 한국은행…대응전략 분주한 금융권‧블록체인 업계

카카오 클레이튼부터 신한·하나은행까지…CBDC 유통용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올 하반기 한은의 CBDC 모의실험에서 처리될 내용./출처=한국은행 2020 지급결제보고서
올 하반기 한은의 CBDC 모의실험에서 처리될 내용./출처=한국은행 2020 지급결제보고서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에 나서는 가운데, 금융권과 블록체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은 CBDC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은의 실험이 실제 CBDC 발행으로 이어질지 확정되지 않았으나, 기업들은 CBDC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미리 개발해두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 28일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를 내고 그동안의 CBDC 관련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모의실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제 환경이 아닌 가상의 환경에서 모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CBDC의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생애주기별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다. 동시에 송금이나 대금결제 같은 서비스 기능도 실험한다.

앞서 한은은 기존 금융결제국 내 디지털혁신 전담조직을 CBDC 전담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고, CBDC 관련 연구를 해온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CBDC 발행을 촉진한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가치가 일정한 암호화폐) ‘리브라(현 디엠)’에 대해선 연구도 마쳤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CBDC 모의실험을 위한 컨설팅 작업에 착수했다.

이처럼 모의실험과 별개로, 한은이 CBDC를 연구한다고 밝힌 것은 꽤 오래 전이다. 때문에 금융권 및 블록체인 기업들은 이미 한은 CBDC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분산원장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CBDC를 관리하는 게 한은을 포함한 전 세계 은행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은도 이번 모의실험에서 분산원장 기반의 관리 기술과,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위한 보안기술을 CBDC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분산원장 및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모두 충족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준비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있다. 그라운드X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개발한 바 있다. 이 클레이튼을 프라이빗 블록체인 버전으로 개발, 한은 CBDC를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라운드X 측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X는 미국 유명 블록체인 기업인 컨센시스와 협업한다고 밝혔다. 컨센시스는 최근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Quorum)을 활용해 싱가포르, 호주, 태국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LG CNS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했다.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할 경우 디지털화폐의 원활한 시중 유통을 위한 중개기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범구축에 나섰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 역시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유통을 위한 시범 시스템을 이달 말까지 구축한다. 역시 블록체인 기반이다. 하나은행 측은 처리속도가 빠르고,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 연동이 용이한 코스모스(Cosmos)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이 민간 기업과 본격적으로 협업에 나선 것은 아니다. 현재는 모의실험 단계로 CBDC가 한은 업무 과정에 잘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정도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민간기업, 금융권과의 협업은 CBDC 발행이 확정됐을 때를 위한 것으로, 그 다음 단계가 될 전망이다.

윤성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현재 민간에서 개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CBDC가 발행된다는 전제 하에 쓸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연구 단계이고, 발행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 것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CBDC가 발행된다면 공공재처럼 쓰일 것이므로 CBDC에 적합한 유통 플랫폼을 민간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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