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 기한이 오는 9월까지인 만큼 아직 5개월이 남긴 했지만, 현재 신고를 마친 거래소는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이 같은 상황을 강조하며 “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고 했다. 나름대로 신고를 준비하던 거래소들에게도 경고처럼 느껴질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에 거래소들은 기한 내에 꼭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한 언론에서는 일부 대형 거래소들이 5월 중 신고서류를 접수할 것이란 보도까지 나왔다. 거래소들은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신고를 서두른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위의 행보를 보면, 금융위는 거래소들의 신고 준비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규제에 맞춰 신고한다고 하는데도 오히려 규제당국이 이를 방해하는 듯한 상황이다.
우선 최근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거래소들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실명계좌는 거래소들이 원화 입출금을 제공하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특금법 상 요건 중 하나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거래소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부는 가상자산을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해서 정부가 다 보호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금융위 수장이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힌 만큼, 늘 금융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들은 거래소와의 제휴에 더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신고 기한까지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는 중소형 거래소들이 더 난처해진 셈이다. 오는 7월 실명계좌 관련 재심사를 앞두고 있는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도 완전히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이에 더해 금융위는 특금법 상 신고 수리를 더욱 어렵게 하는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현 특금법에서는 거래소 대표 또는 임원진이 금융 관련 범죄 경력이 있을 경우 FIU가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 금융위는 여기에 대주주의 범죄 경력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빗썸 실소유주가 사기 혐의로 검찰 송치되면서 드러난 법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취지는 옳지만 거래소들의 신고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고 기한까지 5개월 남은 지금, 여전히 거래소는 너무 많다. 그 중에는 보안 시스템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거래소 토큰을 발행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곳도 있다. 물론 이런 거래소들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놓은 규제조차 지키기 어렵게 한다면, 그럴 필요까지 있는지 의문이다. 부실 거래소들은 특금법 상 요건만으로도 충분히 걸러지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직상장하며 1000억달러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 크라켄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최대한 신고율을 낮춰서 거래소 한 두 곳만 남기고, 투자자 선택지를 좁히려는 듯한 현 금융위의 방향은 해외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거래소 한 두 곳만 남는다면, 국내에서 코인베이스 같은 회사는 나올 수 없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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