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화웨이가 미국 제재 속에서도 한국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3일 화웨이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화웨이 애널리스트 서밋(HAS 2021)’ 개최를 맞아 화웨이는 한국과 중국을 원격으로 연결한 미디어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 캠퍼스에서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새로 취임한 손루원 한국화웨이 최고경영자(CEO)도 자리했다.
칼 송 사장은 “미국 제재 속에서도 한국기업과 협력을 더 강화하고자 한다”며 “한국기업과 대대적인 협력을 펼쳐 인재양성이나 반도체 재료 등에서 협력관계를 더 공고히하고 싶다. 한국과 화웨이는 다양한 기업과 대량의 구매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구매한 누적 금액은 370억달러로, 한화로 약 41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9년만 해도 13조원 이상 규모의 부품을 한국에서 수급하며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구매액은 미국 제재 여파로 9조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화웨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국내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주요 부품을 구매해 왔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5대 매출처이자, SK하이닉스 매출 10%를 담당하는 주요 고객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강화하며 반도체 공급망에 타격을 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강제로 미국 방침에 따라야 했다.
당초 화웨이는 지난해 13조원 이상 부품을 한국에서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국내기업 입장에서는 호재다. 그렇지만 미국 제재로 인해 구매액은 반토막이 났다.
손루원 한국화웨이 CEO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외에도 한국 내 수십개에 달하는 대기업‧중소기업과 협력 중”이라며 “한국과 계속해 상생하겠다”고 전했다.
연간 화웨이가 반도체 시장에서 구매한 금액은 4000억달러로, 한화로 약 451조원 이상이다. 미국 제재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으로 번졌다. 화웨이를 향한 미국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전세계 기업이 불확실성에 대응해 재고 비축에 나섰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난이 악화되자 미국 자동차 생산공장은 조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미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등 19개 글로벌 기업을 소집했다.
이와 관련 칼 송 사장은 “반도체 칩셋 위기 상황도 알고 있다. 제로(0) 재고가 중요하다. 그런데 한 기업(화웨이)이 제재를 받으면서 연결된 벤더들이 영향을 받고,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부족 문제가 생겼다”며 “반도체 칩셋을 받으려면 디자인 패키지부터 1만달러에 달하는 초기 투입 비용이 발생한다. 반도체 가격이 30-65% 상승하게 되고, 최종 고객 부담은 커지게 된다. 고객뿐 아니라 산업계에도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국에서 관련 제재를 취소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협력해 글로벌 산업체인을 형성, 소비자에게 이런 부담이 전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 대응해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BCM)’을 실행했다. 이를 통해 현재 화웨이가 보유한 칩셋 재고는 기업용으로 충분한 상황이다. 다만, 스마트폰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칩셋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전날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은 HAS2021을 통해 미국의 규제로 전세계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무재고 원칙으로 공급망에서 지켜온 신뢰를 내려놓고 전세계 기업이 반도체 사재기를 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이날 에릭 쉬 순환회장은 올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국과 중국을 연결한 이번 간담회에는 화웨이 ‘아이디어허브’를 사용했다.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 위치한 5G 기지국과 연결돼 칼 송 사장은 지연 없이 실시간 한국에서 진행한 간담회에 참여했다. 중국 현지 다운로드 속도는 515.16Mbps, 업링크 속도는 112.34Mbps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