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글로벌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지난해 미국 압박에도 선방한 실적을 내놓았다. 강화된 미국 제재로 공급망이 파괴돼 스마트폰 사업 등에 차질을 빚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수요 등에 따라 전체적인 매출과 순이익은 증가했다. 특히, 5G 상용화와 함께 디지털 전환기에 놓인 중국 내 시장 수요 증가가 한몫했다.
31일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2020년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화웨이 실적은 예상대로다. 안정적이고 건설적”이라며 “지난해 미국의 불공정한 제재가 스마트폰 사업에 영향을 끼쳤지만, 다른 부분에서 큰 성장을 이뤄 상쇄했다”고 말했다.
◆전년보다 3% 이상 오른 화웨이 실적, 중국 매출 비중 65.6%=지난해 화웨이는 영업 매출 8914억위안(한화 약 153조5100억원), 당기순이익 646억위안(한화 11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3.8%, 3.2%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에도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컨슈머사업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3.3% 늘어난 4829억위안(약 83조1000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겼다. 캐리어사업부문 매출은 0.2% 성장한 3026억위안(약 52조1000억원)이다. 엔터프라이즈사업부문은 23% 늘어난 1003억위안(약 17조2700원)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늘어나면서 급증한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한 네트워크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수요도 증가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미국 공급망 제재로 타격을 받았으나, 스마트TV, PC, 태블릿 등 다른 단말 사업이 크게 성장했다.
지역별 매출 현황을 보면 중국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 내 매출은 전년보다 15.4% 늘어난 5849억위안(약 100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65.6%를 차지한다. 해외 매출은 다소 줄었다.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매출은 1808억위안(약 31조1000억원), 중국 외 아시아지역은 644억위안(약 11조원), 미주지역 396억위안(약 6조8000억원)이다. 각각 12.2%, 8.7%, 24.5% 감소했다.
화웨이 실적을 견인한 주요 매출원은 중국이다. 중국은 네트워크, 정부, 기업, 소비자 시장 전체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수요가 늘고 있다. 중국은 5G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각 산업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라우드 도입도 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2위 사업자로 도약했다.
켄 후 순환 회장은 “솔루션, 통신장비,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중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컨슈머 사업도 전세계적으로 하락했으나, 중국시장 매출이 성장해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모두를 피해자로, 미 제재 불공정”=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켄 후 순환회장은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과 비교해 지난해에는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밝혔다. 미국 제재와 압박이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화웨이가 소폭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급 다각화와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라는 설명이다.
켄 후 순환회장은 “과거 매출 성장률은 14%대였는데, 지난해 확실히 둔화됐다. 지난해 화웨이는 정말 어려웠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가한 제재와 압박으로 스마트폰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도 소폭 성장을 이뤘다”며 ”공급의 다각화를 실현하고 지난해에도 1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혁신으로 사업 연속성을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켄 후 순환회장은 미국 제재에 대해 불공정한 요구라고 평가했다. 다국적기업인 화웨이는 지난 2년간 미국 압박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파괴됐고, 일부 사업은 실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화웨이에 제품을 납품하는 미국 기업도 손실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켄 후 순환회장은 “이러한 공급망 파괴가 누구한테 득이 될지 모르겠다. 공급망 내 모두가 피해자”라며 “매년 미국으로부터 100억~200억달러 제품을 구매했다. 이러한 미국 내 벤더사도, 공급업체도, 소비자도 피해자가 됐다. 정치적 입장으로 산업망 가치사슬 내 모든 이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면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화웨이는 칩셋 공급 문제와 관련해 당장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재고를 확보했다. 켄 후 순환회장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칩셋에 공급 문제가 생기면 전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 어떻게 보완될지 전망을 지켜봐야겠지만, 디지털화 과정에서 칩셋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협력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협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웨이 내 스마트폰 사업은 일부분=앞서 언급했듯 국 제재로 화웨이 공급망이 타격을 받아 스마트폰 사업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아직 공급망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화웨이는 올해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한다.
켄 후 순환회장은 “매년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하는데, 올해까지는 예정대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최근 발표한 폴더블폰도 상당히 판매가 잘 되고 있다. 구매하려면 오래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은 수년간 리더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컨슈머 사업에서 스마트폰은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체험하는 다양한 하드웨어 중 스마트폰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하드웨어와 서비스 매출이 상당히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화웨이는 컨슈머 전략으로 하모니OS와 화웨이 모바일 서비스(HMS) 생태계를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오피스, 피트니스 및 헬스, 스마트홈, 손쉬운 여행,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모든 기기와 시나리오 전반에 걸쳐 소비자에게 지능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1+8+N 전략을 추진한다. 1은 스마트폰, 8은 ▲스마트TV ▲태블릿 ▲PC ▲자동차 ▲이어버드 ▲워치 ▲글래스 ▲오디오 등 디바이스를 의미한다. N은 사물인터넷(IoT) 하드웨어 등 생태계 파트너 참여를 말한다.
켄 후 순환회장은 “기술적으로 화웨이 하모니OS와 HMS 등 핵심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하모니OS는 분산식 OS로 차량용 등에 적용된 사례가 있으며, 스마트폰에도 채택할 것”이라며 “현재 20개 하드웨어 제조사와 280여개 어플리케이션 기업과 생태계를 구축한다. 7억명 이상 화웨이 단말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화웨이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등 스마트카 시장에도 뛰어든다. 컨슈머 사업 전략 중 하나다. 화웨이는 스마트카에 부품을 제공하는 공급업체로 위치를 잡고, 자동차 제조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켄 후 순환 회장은 “자동차산업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전기화, 자동화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화웨이가 오랜 기간 축적한 ICT와 기술 혁신은 자동차 디지털화에 있어 상당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화웨이는 스마트카 분야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또 “ICT는 미래 스카트카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화웨이는 스마트카 부품을 제공하는 공급기업으로, 카메이커의 좋은 파트너로 더 나은 차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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