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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소송 거부권 D-15…LG ‘유야무야 불가’ vs SK ‘인맥 총동원’

- LG에너지솔루션, “SK, ITC 최종판결 불인정 문제”
- SK이노베이션, “LG 요구 과다, 美 사업 접을수도”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래 피해까지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요구를 수용하느니 사업을 접겠다는 반응이다. 제대로 협상에 임하라는 LG에너지솔루션과 급할 것 없다는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

27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차 소송 최종판결(337-TA-1159)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1차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건이다. 지난 2월 ITC는 LG에너지솔루션 승소 최종판결을 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을 10년 동안 미국에 수입하지 못하게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거부권에 사활을 걸었다. ITC 최종판결 효력 발생 여부는 미국 대통령이 확정하기 때문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와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 미국 출장 중이다.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조지아주 공장 정상가동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미국 경제와 친환경 정책 악영향을 우려했다. 미국 정계 인사를 통한 영향력 발휘도 기대했다. 캐롤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국 국장 자문위원 위촉에 이어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등을 공략했다. SK이노베이션이 공장 운영을 못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대신하겠다고 했다. 조지아주 여론을 달래는 전략이다. 미국 친환경 경제 전환 지원도 약속했다. 2024년까지 미국에 5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ITC 최종판결에도 불구 다른 길을 가는 이유는 해석이 다르기 때문.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침해는 물론 조직문화까지 지적했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서로가 상대를 ‘안타깝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는 최종판결문에서 SK의 증거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전사적으로 자행됐고 자료수집 및 파기라는 기업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언급했다. 악의적인 증거인멸에도 불구하고 LG는 남아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개연성 있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히면서 22개의 침해 사실이 명확하다고 판결했다”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결정 마감은 4월11일(미국시각)이다. 양사 대립 지속은 불가피하다. 4월2일(미국시각) 3차 소송 예비판결은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이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고소한 건이다. 이기든 지든 현 상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편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게 시간을 끌어도 요구 축소는 없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요구를 다 들어주느니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LG화학 신학철 대표는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라며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6일 정기 주총에서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라고 전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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