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최근 국내 보안업계 안팎의 관심사는 이글루시큐리티에 쏠려있다. 보안기업 이글루시큐리티(대표 이득춘)는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4분기 실적을 밝혔다. 코로나19 가운데서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거둔 배경, 그리고 이같은 실적이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보안기업들은 여전히 냉랭한 대우를 받고 있다. 공모가 이하의 주가를 기록하는 보안기업들이 적지않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폐쇄적인 오너십을 가진 회사가 많은데다 비즈니스 확장성에 의심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시장 소외주가 됐다.
그러나 이글루시큐리티의 기록한 놀라운 실적은 국내 보안업계내에서도 분명히 옥석이 있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글루시큐리티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밝힌 실적을 보면,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액 817억2700만원, 영업이익 51억9800만원, 당기순이익 52억3600만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8.2%, 207.2%, 164.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019년 2.23%에서 6.36%로 크게 개선됐다.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이글루시큐리티가 공을 들여온 인공지능(AI) 통합보안관제(SIEM) 솔루션 ‘스파이더 TM AI 에디션’이다. 최근 시장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보안관제 시장에서 이글루시큐리티가 기민한 시장 대응에 나선 결과로 평가된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해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비롯한 10여개 주요 공공기관과 기업이 자사의 스파이더 TM AI 에디션을 공급했다. 스파이더 TM AI 에디션은 보안관제 요원의 역량과 경험에 따라 과탐·오탐·미탐이 발생했던 문제점을 개선함으로써 보안관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솔루션 판매 증가와 보안관제 서미스 매출 증대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스파이더 TM AI 에디션과 함께 통합로그관리 솔루션 ‘스파이더 로그박스’, 보안 오케스트레이션·자동화·대응(SOAR) 솔루션 ‘스파이더 SOAR’ 등을 바탕으로 사업 확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성장 배경에는 AI 기술력이 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해 34건의 AI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1999년 이글루시큐리티 설립 이후 2019년까지 취득했던 특허가 27건인데, 1년 만에 20년 이상의 기술 특허를 따냈다. 1년에 많아야 1~3건의 특허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숫자다. 지난해 국내 보안기업 중 이글루시큐리티만큼 특허 취득에 공을 들인 기업은 없다.
이와 같은 기술력은 기업의 임직원에게서 나온다. 이글루시큐리티는 2016년 직원 624명에서 2017년 677명, 2018년 850명, 2019년 822명 등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2020년 9월 기준 851명이 이글루시큐리티에 재직 중이다. 신규 채용 인원 중 70% 이상을 청년층으로 채용하고 연계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30% 이상이 지역 인재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입장에서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록한 실적인 터라 더 반갑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기업·기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이어지면서 정보보안에 대한 투자도 늘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기세를 몰아 2021년 AI 보안관제, 클라우드 보안, 운영기술(OT) 보안 등 3개 영역에 진출한다는 방침도 전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 주가도 반응했다. 2월 2일 4630원이던 회사 주가는 실적 발표일인 3일 상한가인 60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5일 소폭 하락한 5990원을 기록했지만 3거래일 동안 1200만주 이상의 거래량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직전 3거래일 거래량 6만주에 비해 200배 이상 치솟았다.
이득춘 이글루시큐리티 대표는 “일찍이 AI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 덕분에 전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연초에 출시한 SOAR, 취약점 진단, 통합로그관리 솔루션 판매에 주력하며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는 데 더욱 힘을 싣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기업 전망이 마냥 순탄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는 ‘인재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보안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이글루시큐리티 직원의 평균임금은 3839만원가량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3.7년으로 낮은 편임을 감안하더라도, 동종업계에서 처우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이 개발자 채용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 이탈을 막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019년 기준 전체 매출액의 40%가량을 직원 급여에 쏟아붓고 있는 만큼 여력이 있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글루시큐리티는 직장 내 복지 및 근무환경 개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직무 특성에 맞게 인사·복지제도를 개선하고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 시행 및 징검다리 연휴 시 연차 사용 장려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고용노동부 주관 2020년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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