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넷플릭스‧페이스북을 비롯해 네이버와 SK텔레콤‧KT 등 국내외 IT 기업이 줄줄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날 넷플릭스 주가는 17% 폭등했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주요 글로벌 IT기업의 자사주 매입 행렬에 기대감이 더해졌다.
이에 부응해 페이스북은 최근 호실적과 함께 약 250억달러(한화 약 28조원)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80억7000만달러(한화 약 31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64억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다.
국내 주요 IT 기업도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네이버는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직전 2개년 연결 잉여현금흐름의 평균 30%인 1107억원을 재원으로, 별도 당기 순이익의 5%인 593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배당 후 잔여재원 514억원을 한도로 자사주를 취득해 즉시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이미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뛰어들었다. 통신사는 5G를 기반으로 성장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으나, 정체된 주가로 인해 대표적인 기업가치 저평가군으로 꼽힌다. 이에 SK텔레콤과 KT는 주가부양과 함께 책임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의결했다. 지난달에는 임직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임직원은 성과급 범위 내에서 10주 단위로 현금 대신 자사주 규모를 선택할 수 있으며, SK텔레콤은 1년 후 주식 가치 10%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와 함께 KT는 233억원치 자사주를 사들여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특히, 구현모 KT 대표는 주요 임원진과 함께 지난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국내외 주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투자자 관심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자사주 매입은 경영 자신감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예측한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기에, 일반 투자자에게 주가 상승 기대를 하게 한다.
페이스북은 커뮤니케이션 기업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 광고 플랫폼 기업으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기업에서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변모했다. SK텔레콤과 KT는 통신기업에서 각각 글로벌 빅테크, 디지털미디어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추진 중이다. 자사주 매입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또한, 자사주 매입은 주식시장에서 유통 주식 물량을 줄여 수급 부담을 줄인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물량이 줄면서 주당순이익 및 자본이익률(ROE) 등이 개선된다. 궁극적으로 주가 상승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소각하지 않더라도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인수합병(M&A) 때 교환 지분으로 사용할 수 있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다만, 기업 재무 건전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자사주 매입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결산사 1999개사 중 341개사가 자사주 취득에 나섰으며, 이중 36개 기업은 재정악화로 순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