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2020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예고했던 자사주 추가 취득을 빠르게 실시했다.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지난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은 장기적으로 정체하고 있는 20만원대 초반 주가와 관련해,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연내 자사주를 추가 취득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SK텔레콤 경영진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드러내 왔다. 박정호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CES2020’에서 “취임 당시 저는 SK텔레콤 주식을 샀지만, 구성원들에게까지 사라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신년사에선 주식을 사도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2월 박정호 대표와 주요 임원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 주가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리면 30만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수개월간 SK텔레콤 주가는 20만~23만원대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컨퍼런스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4일간 24만원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자회사 기업공개(IPO) 기대감도 한몫한다. SK텔레콤은 ADT캡스와 원스토어를 필두로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웨이브 등 준비되는 기업 먼저 IPO를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IPO가 예측되는 원스토어 및 ADT캡스의 상장 예상 시가총액은 각각 1조원과 2조원이다. 더군다나, SK텔레콤은 상장 자회사로부터 오는 정기배당금 일부를 주주환원에 반영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배당을 고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가 상장한 후 정기배당을 실시하면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 투자 의견 매수, 12개월 목표가 33만원을 유지한다. 곧 주가가 안 오르는 게 이상할 것”이라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높은 주주이익환원 규모가 예상되며,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자회사 IPO가 이뤄질 전망이라 지배구조개편 스토리 전개와 함께 자회사 가치 부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주가도 싸지만 향후 실적 흐름과 향후 지배구조개편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그렇다. 최대주주+자사주 비중이 36%에 달하고 국내외 장기 보유 투자가들이 많아 실질 유동 주식 비중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전체 주식 중 4~5%에 달하는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주가는 상승 곡선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신탁 계약 방식으로 위탁투자중개업자인 SK증권을 통해 진행되며, 계약 기간은 이날부터 2021년 8월27일까지 1년간이다. SK텔레콤 현재 보유 자사주는 약 760만 주로, 전체 주식 수 중 9.4%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지난 3년간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뉴ICT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업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뉴ICT 사업이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 추세에 맞춰 주가 안정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